"美 중소IB 인수해 볼만..과잉 규제 우려"-손성원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10.03 03:04

美 지방은행 추가 도산 이어질 것..日 전철 안밟을 것

"월가의 대형 금융회사뿐 아니라 지방은행들이 추가로 무너질 것이다"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 교수(전 LA한미은행장)는 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주미 한국상공회의소(코참) 주최로 열린 강연에서 미국의 경기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한국이 월가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중소 지역 투자은행(IB) 서너곳을 인수해 시너지효과를 노리는 것을 검토해볼만 하다고 제안했다.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대 석좌교수가 2일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코참 추최 세미나에서 미국 및 세계 경제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손행장은 강연을 통해 미 국민들의 과도한 소비와 금융권의 과도한 보수가 위기를 초래한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매일 국채를 발행, 20억달러를 외국으로부터 얻어 써 왔으며 매년 갚아야 하는 국채 이자만 4000억달러에 이른다고 상기시켰다.
이로 인해 국채금리가 내려가고 모기지 이자도 연동해 내려가면서 주택버블을 심화시켰다는 것. 금융권의 과도한 보수는 과도한 위험선호(리스크 테이킹)를 초래, 금융부실을 초래했다고 정리했다.

"과거 대공황 이후 금융권의 신용회복에 20-30년이 걸렸으며 저축대부조합(Savings & Loans)위기 당시 1000개가 넘는 은행이 도산했다"며 지방은행들이 추가로 도산할 것으로 우려했다.

손교수은 "미국 최고 우량기업인 AT&T도 돈을 빌리기 힘든 상황이 되고 있다"며 극심한 신용경색 현상을 우려했다. 이미 신용경색 현상이 월스트리트(금융권)를 넘어 메인스트리트(실물부문)으로 전염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주택가격이 회복되기 전에는 금융기관들이 돈을 빌려주지 않을 것이며 최소한 내년 상반기는 돼야 미 주택시장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미 대선에서 어느 정당이 승리하더라도 거대한 재정적자로 인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의회내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경제위기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미 상원이 승인한 정부의 구제금융 법안은 시중 유동성은 많지만 돈이 돌지 않아 파이프가 막혀 있는 상황을 타개 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미 경제가 무너진 신용을 회복하는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마련한 구제금융법안은 금융기관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를 견제하기에는 구멍이 많으며 공적자금 회수 방안, 부실채권 매입 가격과 시기 등도 구체적이지 않다"며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와 세금을 높이고 유동성 공급을 줄임으로써 '잃어버린 10년'의 장기 침체를 겪었던 일본의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손 교수은 "미국 정부는 일본과 달리 세금과 금리를 낮추고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손교수는 "자동차 산업 중심지가 미국의 디트로이트에서 일본 독일 등으로 분산됐듯, 금융위기 이후 금융부문도 월가에서 세계 각지로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유럽 중동 등지에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허브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인프라스트럭처와 영어, 우수한 인력 등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손교수는 한국이 인재확보를 위해 미국의 중소형 지역 투자은행(IB) 서너곳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경제 하강기에는 세계 경제의 동조화(커플링) 현상이 심화된다며 한국의 금융시장 불안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세계 유동자금이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미 국채로 몰리고,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매도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원/달러 환율 상승세도 당분간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손교수는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세계적으로 과잉 규제 현상이 일반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과도한 규제는 금융산업의 창조성과 혁신성을 가로막을 것"이라며 "경제의 두뇌역할을 하는 금융부문이 규제로 인해 위축되면 경제 전반의 성장을 저해하고 다른 부작용을 낳게 된다"고 강조했다.

손교수는 올 연초 미국 주택경기가 하반기에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했던데 대해서는 "상황이 이토록 급격히 악화될 것으로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전망이 빗나갔음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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