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레터]키코ㆍS기꾼ㆍ노름꾼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08.10.04 11:47
정부가 통화파생상품인 KIKO(Knock-In&Knock-Out)상품가입으로 손실을 입은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8조3000억원의 돈을 쏟아 붓겠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당장 은행들이 상당 부문 손실을 떠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결국 강만수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4월 'S기꾼'으로 지목했던 은행들을 단죄한 셈이죠.

증권업계에서 20여년 넘게 투자정보를 분석해 온 한 베테랑 애널리스트는 최근
"KIKO상품은 알면 알 수록 투기성이 강하다. 도저히 헤지라고 보기 어려운 상품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손님에게 당장 이익을 볼 가능성은 크게 보이고 손실을 볼 가능성은 작게 보이게 만든 뒤 잘못되면 바가지를 씌우도록 했다는 점에서 '야바위'와 비슷하다는 의견입니다. 환율이 예상범위안에 움직여주면 정해진 이익을 보장 받지만 대신 예상이 빗나가면 손해를 끝도 없이 보게 돼 있습니다. 눈앞의 이익을 앞세워 패가망신으로 이를 수 있는 무서운 손실위험을 무디게 만드는 현혹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애널리스트는 또 반문했습니다. "KIKO상품 만들어 판 은행을 S기꾼이라 한다면 야바위판에 뛰어든 기업들은 그럼 모두 정상적일까요"

중소기업중앙회에 키코 피해 사례를 신고한 기업은 114개사 정도. 상장기업은 67개 정도로 전체 1798개 상장사 중 약 3.7%의 비중을 차지하는데요. 이 애널리스트는 KIKO손실의 70~80%는 기업 자체에 있다고 목청을 높였습니다. 결국 '노름꾼'들이문제였다는 얘기죠.

한 외국계증권사 관계자도 색다른 비판을 내놓았습니다. "KIKO는 투기상품입니다. 문제는 단순 헤지가 아니라 과다 헤지를 통해 이득을 보려던 투기였죠"


이 관계자는 강 장관의 'S기꾼' 한 마디가 은행에 대한 비난 일변도로 치닫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KIKO가입 기업들을 다 약자로 볼 수는 없습니다. 외화를 거래하는 기업들이 실제 돈을 내기 싫어서 옵션거래를 택한 측면도 있습니다. 불완전판매라고 욕하지만, 완전판매가 어디 있습니까"

그는 이런 충고도 잊지 않았습니다. "KIKO가입 손실을 도대체 왜 은행들이 지원해야합니까. 은행이 손실을 짊어지면 결국 금리를 올릴 거고, 그럼 결국 경제전체로 피해가 확산될 것입니다"

KIKO기업들간의 생존게임은 이제 시작입니다. 정부의 선별지원 대상에 포함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생사의 운명이 나뉠 것입니다.

'S기꾼'과 '노름꾼'으로 묘사되는 은행과 KIKO기업간의 싸움도 계속됩니다. 노름꾼들은 S기꾼들을 단체로 소송하기도 했지만, 결국 노름꾼들의 운명은 S기꾼에 달린 셈이죠. S기꾼과 노름꾼의 싸움에 정상적인 기업과 국민들도 피해를 입을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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