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 외환보유액 논란에 시장 '식은땀'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8.10.02 18:33
외환보유액 적정 규모를 놓고 논란이 인 가운데 외환시장이 달러를 사려는 수요로 크게 요동쳤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가용외환보유액이 여유로운 수준'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으나 환율은 급등했다.

2일 한은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은 9월말 현재 2396억7000만달러로 한달새 35억3000만달러 줄었다. 월간 감소폭은 지난 7월 중 105억달러에 비해 축소됐다. 하지만 지난 3월 이후 6개월간 245억7000만달러 줄어 든 게 불안 심리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당국, "외환유동성 충분"= 정부와 한은은 긴급 진화에 나섰다. 지난 1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당정협의에서 “앞으로 외환시장에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의 자금을 투입해 안정시킬 것”이라며 “필요 시 외환 현물시장에도 외환보유액을 통해 (달러를)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은이 나섰다 한은 관계자는 "가용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는 일부 보도로 환율이 치솟자 달러를 사겠다는 일반인들의 전화가 걸려오는 상황"이라며 신중한 보도를 요청하고 "실제 필요와 관계없이 사들여 오른 달러가치는 결국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외환보유액은 IMF기준에 따라 가용보유액만을 인정하고 있다"며 "현재 외환보유액은 지정학적 위험 등을 감안할 때 여유로운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용외환보유액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이해를 잘못했거나 목적이 다른데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가용 외환보유액은 얼마?"= 일각에서는 유동외채를 기준으로 볼 때 가용외환이 거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동외채는 단기외채에 1년 이내 만기도래 장기외채를 더한 것으로 외환보유액이 유동외채를 밑돌 경우 심리적 불안요인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6월말 현재 유동외채는 2223억달러로 9월말 외환보유액과의 차이는 170억달러에 불과하다.


외채 중 상환부담이 있는 금액을 기준으로 가용외환을 추정하는 방식도 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전체 외채 중 상환부담이 있는 규모는 외국계은행 국내지점의 본점 차입, 환헤지용 선물환 등을 제외한 약 1600억 달러로 현재 외환보유액을 기준으로 약 800억달러가 가용외환"이라고 추정했다.

한은의 시각은 다르다. 한은 관계자는 "2000년대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이 집계하는 주요국의 외환보유액은 그 자체가 모두 가용금액"이라며 외환보유액 전액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실탄'이라고 주장했다.

유동외채가 외환보유액을 초과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부채가 발생하면 자산도 동시에 생긴다"며 "현재 국내 은행들은 감독규정에 따라 유동성비율을 106%로 맞추고 있어 유동자산이 더 많다"고 반박했다.

만약 민간이 유동자산으로 유동부채를 갚지 못해 '뱅크 런'이 발생하거나 금융시스템이 심각하게 마비될 때 중앙은행이 '최종대부자'로서 외환보유액을 사용할 수 있지만, 현재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6월말 현재 은행의 유동부채는 1623억 달러, 유동자산은 약 172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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