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애널리스트께 드리는 글

이승조(무극선생)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장 | 2008.10.02 12:51

편집자주 | 증권회사에서 주식투자 업무를 하다 재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극선생(이승조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장)이 제도권 애널리스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인터넷 시대를 맞이하여 재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무극선생은 25년여 동안 투자하면서 쌓은 경험도 많다고 판단에서 편지를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제도권에서 투자분석을 시작으로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지 어언 25년이 다가오다 보니 그 동안 투자세계에서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좋을 때도 있었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서 투자의 본질과 투자의 업을 생각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정말 모르는 것이 주식투자 같은데 투자의 본질과 철학을 깨우치려고 치열하게 싸워온 투자자로서 투자는 단순함이요, 투자 역사를 읽는 통찰이요 ,투자하는 나 자신을 탐구하는 자아탐구요, 총체적으로 불확실성세계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투자행위 같다고 생각합니다.

투자 25년 동안 제도권보다 재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재야 애널리스트 및 다양한 실전 전문가 들과 함께 투자컨설팅회사인 새빛인베스트먼트의 리서치센터를 만들었습니다.

재야 리서치센터장으로서 제도권 증권업계에 여러가지로 부족한 우리들의 의견을 드릴 겸하여 다음과 같이 제도권 젊은 애널리스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어 펜을 들었습니다.

내가 잘나서 질책 하는 것도 아니요, 주식투자에 경험이 많아서 잘난 체하는 것도 아닙니다.
경험이 많다고 해서 주식투자세계는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지요. 살아 남은 자만이 강한 것이요 , 결과가 중요한 정말 인정 사정없는 곳이 주식시장이기 때문이지요.

최근에 모 증권사에서 삼성테크윈의 등급하향과 부정적 리포트를 보고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왜 그런 리포트를 발표하는데, 누가 나쁜지 모르나 -

문제 제기는 투자가가 아닌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서 5만-6만원대 주주가 고공 행진할 때 그런 위험성을 체크해주고 리스크 관리 할 수 있도록 분석자료를 내주지 않을 망정 이미 주가가 7만원대에서 2만원대로 급락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10-20%더 하락하는 것을 경고 줄려고 부정적 리포트를 왜 내는지-

이런 생각하면서 애널리스트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 인가하는 화두를 꺼내보았습니다

저도 젊은 시절 제도권 투자분석부에서 기업을 탐방하고 자료를 쓸 때 지금 생각하면 참 순진하게 회사가 말해 주는 대로 쓰고 그것을 자료화한 경험에 얼굴이 뜨거울 지경입니다.

발로 뛰는 기업탐방을 표방하면서 실제로 증권사 애널리스트 자격으로 기업을 탐방해보지만, 이미 기업IR담당자가 도식화시킨 기업 정보중심으로 브리핑 받는 경험을 자주 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오히려 분기별 기업IR행사를 통해서 기업의 정보 및 기업현황을 듣고 분석하는 것이나 기업탐방 해서 얻어낸 결과나 그리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지요.

또한 이런 경험을 많이 한 애널리스트들은 대규모 집단기업은 탐방 하는 것보다 그 기업이 발표한 수치 갖고 이리저리 분석하면서 책상에서 기업을 분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경우도 현실적으로 많다는 생각입니다.

부끄럽지 않은 보고서가 되기 위해서는 눈에 보여지는 기업IR담당자의 자기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자료를 듣고, 그것을 기반으로 현장의 냄새를 다시 점검하는 야생의 생존감각을 익히고 그것을 기업분석에 가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장도 가보고 노조위원장이나 노조관련 사람도 만나서 탐방기업의 긍정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사람의 이야기와 부정적으로도 이야기해주는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균형감각으로 기업을 분석하고 체크하는 마인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좋은 것은 좋다고 이야기해주고 나쁜 것은 나쁘다고 이야기해주는 현재 상황파악도 중요하지만 기업분석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기업의 미래지도를 그려주는 직관과 통찰을 리포트에 써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봅니다.


좋을 때 이렇게 상황이 전개되면 나빠진다는 리스크 관리하는 시각도 제시해야 하고 나쁠 때 좋아지는 상황도 이야기 해줘야 합니다.

현재 가격에서는 가치와 가격의 괴리현상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잣대를 제시해주고 귀신같이 터닝포인트 기점을 맞추기보다는 현재 가격은 가치보다 저평가되었으니 본래 가치로 환원되거나 가치가 더 좋게 변화해서 가격이 높게 평가 받을 것이라는 것을 제시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이 쉽지 엄청 어려운 작업인지 압니다. 그러나 기업분석으로 먹고 사는 애널리스트의 타고난 업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시장에 거의 반영된 8-9부 능선에서 이 기업이 좋다는 분석자료를 내놓지 말고 주가가 가치보다 가격이 절대 저평가된 수준에서 이 기업 나쁘다고 분석자료를 내놓지 않는 것이 기본 도리인 것 같습니다.

이미 했어야지 -왜 지금 하는데 --

자료의 노출시점과 시장의 파급영향도 생각하고 실제 가격과 가치의 괴리도를 면밀히 검토하면서 현재 자료가 노출되는 시점으로 적격한 것인가 하는 자료의 본질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노출되는 시점도 생각하는 생각 깊은 애널리스트가 되시길 감히 부탁드립니다.


시장은 들의 야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들이란 기본적으로 아무런 보장이 없는 곳이지요.
들에는 구속이 없지만 아무런 보장도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들에는 나름의 철저한 규칙이 존재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서야 알아차리게 됩니다.

들의 규칙은 아무런 규칙이 없다는 점으로부터 출발한다. 아무런 규칙이 없기에 대단히 창조적일 수 있는 곳이 들이지요.

흔히 '정글의 법칙'이라고 말하는 弱肉强食(약육강식)마저도 실은 들의 규칙이 아닙니다. 약한 자가 먹히는 것이 아니라 먹힌 자가 약한 것이고, 강한 자가 먹는 것이 아니라 먹은 자가 강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들에서의 강약은 오로지 결과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들이란 곳은 그래서 선악과 시비, 강약, 우열에 대한 고정관념이 통용되지 않는 공간입니다.. 오로지 살아남은 자만이 선하고 옳으며 강하고 뛰어난 자가 되는 곳입니다.

野性(야성)이란 바로 그와 같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어떤 무엇이 있습니다. 제도권에 오래 있다 보면 이런 야성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식시장은 통찰과 야성적 감각이 필요한 전쟁터입니다

그런 속에서 통찰과 야성이 없는 기업분석은 시장에게 잡아 먹힐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감히 글을 씁니다.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투자자들이나 우리 증권업 종사들 모두 행복한 투자의 시기가 오길 기대해 봅니다.

새빛인베스트먼트 리서치센터장 이승조 ( 무극선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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