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가 지난해 판매수수료 명목으로 임직원에게 지급한 금액은 본지가 파악한 것만 183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해 이 회사가 끌어 모은 투자금 순증가액의 수십퍼센트에 이르는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회사 및 관계사들의 총 당기순손실 규모만 수백억원대로 추정되는 데다 투자자에게 약속한 각종 개발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어서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판매수수료 논란
21세기컨설팅은 이 회사뿐 아니라 ㈜함백종합레저타운, 21세기티앤디㈜, ㈜관광개발제주21, 21세기프로젝트㈜, ㈜강릉온천, ㈜에프티피에셋컴퍼니, ㈜관광개발단양21, 골든라이프타운㈜ 등 여러 특수관계회사들의 이름으로 일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외부감사대상법인은 21세기컨설팅, 함백종합레저타운, 21세기티앤디, 관광개발제주21 등이다. 다른 법인들은 외감대상이 아니어서 회계법인의 감사를 통해 작성한 감사보고서가 공개되지 않는다.
외감대상법인인 21세기컨설팅 등 4개 회사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해보니 이들 회사가 지난 한해 동안 지출한 판매수수료는 총 183억193만원에 달했다. 다른 법인들에서도 판매수수료를 지급했다고 가정하면 총 수수료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컨설팅의 경우 지난해 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한 실적은 249억2315만원이었다. 다시 빠져나간 투자금은 14억6220만원이다.
이 회사가 지출한 판매수수료는 31억9727만여원으로 투자유치금 가운데 12.8%가 수수료로 지급됐다. 투자유치금의 연간 순증가액 234억6130만원을 기준으로 한 판매수수료 비중은 13.6% 수준이다.
이 정도면 준수하다.
함백종합레저타운은 21세기컨설팅이 강원도 정선지역 개발을 한다며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다. 이 회사가 지난해 끌어들인 투자금은 279억8428만여원이고, 판매수수료는 69억30만원이다.
1년 동안 모은 투자금에 대비한 판매수수료 비중이 24.7%에 이른다. 만약 투자자가 1억원을 투자했으면 그 가운데 2500만원은 임직원들에게 돌아간 몫이 됐다는 얘기다.
함백종합레저타운의 투자금 순증가액은 260억2629만여원이며 이에 대한 판매수수료 비중은 26.5%였다.
다른 회사는 수수료 비중이 더 크다.
21세기티앤디는 21세기컨설팅이 강원도 횡성의 골든에이지타운 조성사업, 강원도 평창의 생명의 숲 조성사업, 경북 울진의 밀레니엄파크 조성사업을 위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다.
그런데 이 회사가 판매수수료로 지급한 금액은 74억6707만원이다. 투자금 순증가액과 단순비교하면 수수료 비중이 44.1%나 된다.
관광개발제주21 역시 수수료 비중이 매우 높다. 관광개발제주21은 21세기컨설팅이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개발사업을 위해 설립한 법인이다.
이 회사는 지난 한해 동안 투자금이 15억8325만원 순증했다. 판매수수료로는 7억3728만원을 지급했다. 순증가액과 단순비교하면 46.57%나 되는 돈이다. 투자순증액 대비 절반 가까운 돈이 판매수수료로 쓰인 것이다.
◆투자금의 절반에 육박하는 판매수수료
21세기컨설팅과 3개 특수관계사들의 2006년도 재무제표와 손익계산서를 보면 판매 수수료 지급규모가 지난해보다 더 많다.
새로 투자금으로 끌어온 자금에 비해 빠져나간 투자금이 적지 않아 순증가액은 얼마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부분의 자금이 판매수수료로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21세기티앤디의 경우 2006년도 투자금 순증가액은 84억2430만원이었다. 판매수수료는 61억9568만원을 지급했다. 투자금의 연간 순증가액 대비 판매수수료 비중이 73.6%나 된다.
21세기컨설팅이 2006년에 모집한 투자금의 순증가액은 52억6879만원에 머물렀지만 판매수수료는 65.1%인 34억3099만여원이나 집행됐다.
함백종합레저타운은 2006년도에 304억6914만여원의 투자금이 순증했으며 판매수수료로는 111억3012만여원이 나갔다. 순증액 대비 판매수수료 비중은 36.5%.
관광개발제주21의 경우 빠져나간 자금이 끌어온 자금 규모를 오히려 초과했다. 2006년 말 투자유치금 잔액은 전년 말에 비해 5억4557만여원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그래도 판매수수료는 7억6774만여원이나 집행됐다.
이 4개사의 2006년도 투자금 순증액을 모두 합치면 436억1667만여원. 판매수수료를 모두 합치면 215억2454만여원이다. 판매수수료가 투자금 순증액의 49.4%나 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2006년 1년 동안 투자유치를 해 늘어난 투자금의 절반이 수수료로 지급됐다고 할 수 있다.
◆복잡한 수수료 챙기기 구조
이처럼 많은 판매수수료가 지급된 것은 투자금을 유치한 직원 뿐 아니라 지사장이나 그 윗선의 임원까지 수수료를 받아갔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21세기컨설팅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투자금을 유치해오면 끌어온 투자금의 12~13%를 수수료로 받는다"고 밝혔다.
이 직원은 이어 "팀장은 팀 소속 직원이 유치한 투자금의 3%를 받아가고 지사장은 월급이 없는 대신 지사 전체 매출의 3%를 떼 간다"고 귀띔했다.
이 회사에서 수년간 팀장으로 근무하다가 그만둔 한 직원은 "본부장이나 사장도 수수료를 받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본부장과 사장은 각각 투자유치금의 약 1%씩을 챙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황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투자유치금의 20% 정도가 고객의 투자시점에 임직원들에게 지급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제보 내용은 투자금 유치규모에 대한 판매수수료 지급 비중을 보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
21세기컨설팅의 경우 지난해 유치한 투자금 대비 판매수수료 비중이 12.8%, 함백종합레저타운은 24.7%였다. 그리고 이 두곳의 투자금 대비 전체 판매수수료 비중은 19.1% 수준이다.
◆21세기컨설팅, "투자금 사용내역 밝힐 수 없다"
머니위크는 21세기컨설팅측에 투자금 사용내역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판매수수료 등 전체적인 투자금 사용내역에 대해 정확한 확인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21세기컨설팅이 수천명의 일반 개인투자자들로부터 수천억원대의 투자금을 유치한 후 현재는 2000억원에 육박하는 결손금이 발생했고, 총 당기순손실 역시 수백억원 이상이라는 점에 대해 구체적인 검증작업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앞서 장인석 21세기컨설팅 팀장은 "투자금 사용내역을 보기 원한다면 얼마든지 제공할 용의가 있다"며 밝혔다.
그러나 실제로 본지가 자료제공을 요청했을 때 장 팀장은 자세를 바꿨다. 장 팀장은 "투자금 사용내역을 내 마음대로 줄 수는 없지 않느냐"며 답변을 차일피일 미루기 시작했다.
21세기컨설팅에서 재무를 담당하고 있는 전미정 이사 역시 "투자금 사용내역 제공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전혀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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