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들여다 보면 닮은 구석이 많은 두 사람이다. 우선 별명부터가 그렇다. 강 장관의 별명은 '강고집'. 워낙 고집이 세기로 유명해 옛 재무부 시절 붙은 별명이다. 요즘 강 장관의 거침없는 '감세 드라이브'를 보면 괜한 별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각각 서울대 법대, 하버드비즈니스스쿨(HBS) 출신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학벌을 가진 점도 비슷하다. 강 장관은 "머리가 너무 좋아 입이 못 따라갈 때가 있다"(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평을 들을 정도의 천재 스타일. 폴슨 장관 역시 미국 명문대 최우수 졸업생들만의 모임인 '파이 베타 카파'(Phi Beta Kappa)에 가입된 천재형이다.
강 장관이 공무원으로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면 폴슨 장관도 골드만삭스로 옮기기 전 국방부 공무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강 장관은 고등학생 시절 '분노의 포도'를 쓴 미국 작가 존 스타인벡처럼 되겠다며 학업을 잠시 접기도 했던 열혈 문학도였고, 폴슨 장관은 다트머스 대학에서 실제 영문학을 전공했다.
요즘 강 장관이 가장 공을 들이는 법안은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위한 종부세법 개정안이다. 폴슨 장관은 물론 구제금융 법안에 올인 중이다. 구제금융 법안은 1일(현지시간) 상원 의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대규모 수정작업과 하원 의회 통과 작업이 변수로 남아있다.
서로 맥락은 다르지만 두 법안 모두 논란이 적지 않다. 강 장관은 "종부세는 조세원칙에 맞지 않는 세금"이라며 종부세 완화 법안을 냈지만 대부분의 서민은 "부자들 세금을 지금 꼭 깎아야 하느냐"는 반응이다.
폴슨 장관은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으려면 불가피하다"며 구제금융 법안을 냈지만 미국인 가운데 55% 이상이 이 법안에 반대한다. "왜 우리 세금으로 월가의 '금융귀족'들을 돕느냐"는 얘기다. 금융시장의 큰손 조지 소로스 퀸텀펀드 회장도 "구제금융 법안은 발상부터 잘못됐거나 발상이라고 할 만한 것도 못 된다"고 힐난했다.
'강고집'과 '깡다구 폴슨', 두 나라의 닮은 꼴 재무장관들이 각각 십자포화를 뚫고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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