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보관능력, 최고 수준"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8.10.11 10:30

[머니위크]인터뷰/ 김기웅 한국줄기세포은행 대표

“미래에 대한 투자 개념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겠습니다.”

김기웅 한국줄기세포은행 대표(42)는 줄기세포 저장은 ‘보험’과 다를 바 없다며 이같이 다짐했다. 취임한지 2개월에 지나지 않은 김 대표는 증권업계에 몸담은 이력을 앞세워 셀 뱅킹(Cell Banking) 사업을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줄기세포은행은 척추전문클리닉 병원장이자 (주)카엘의 대표였던 김상재 박사가 창업해 일궈온 회사다. 자본금 10억3000만원은 김 박사가 병원 매각대금으로 마련했다. 지난해 매출 35억원에 당기순이익 8억원에 불과하지만 해마다 이익규모가 커지고 있다. 올해는 매출 95억원에 당기순이익 3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는 매출 규모를 300억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한국기술투자(KTIC)로부터 바이오 벤처기업으로는 최고액인 4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면서 "그만큼 탄탄한 성장세를 인정받은 것이 아니냐"고 강조했다. KTIC는 액면가 500원인 이 회사 주식을 2만원에 사들였다.

한국줄기세포은행은 얼마 전 유아교육업계 1위 업체인 킨더슐레를 인수한 베리앤모어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문업체인 카엘의 관계사다.

◆ 신뢰를 바탕으로 도전하겠다

김기웅 대표는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후 동부증권, LG투자증권 등을 거쳐 미래에셋증권 지점장을 지내다가 Vaxonco와 베리엔모어의 CFO(Chief Financial Officer 최고재무관리자)를 지냈다.

대학 선배를 통해 김상재 박사를 만난 김 대표는 이 회사의 재무를 책임지다 CEO 자리에 올랐다. 김 박사는 본연의 임무인 연구소장으로 돌아가면서 그를 전문경영인CEO로 끌어 올렸다.

‘실력을 인정받으셨군요’라고 이야기하자 김 대표는 ‘운이 좋은 사람일 뿐’이라고 답했다. 항상 하는 일에 비해 결과가 좋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 행복하단다. 그는 한국줄기세포은행의 성공에도 자신의 운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김 대표는 평소 신뢰가 쌓이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친구나 주변 사람들에게 보증도 서주고 돈도 많이 꿔줬다. CFO 출신에 어울리지 않게 마음이 여린 모양이다.

“아직도 2억원 이상 받을 돈이 있는데 독촉해 본 적은 없어요. IMF 외환위기 당시 보증도 많이 섰는데 최근까지 대신 상환하느라 고생 좀 했죠.”

김 대표는 금전관계가 있더라도 친구를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의 좌우명도 ‘도울 수 있을 때 돕지 않으면 죄’라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에너지전력사업을 한다고 해서 1억원 넘게 빌려준 적이 있어요. 그 친구 회사가 어려워져서 갚을 능력이 안되는 걸 잘 아는데 어떻게 돌려달라고 해요. 없는 셈 치고 7년 동안 기다렸는데 최근 갚기 시작한 걸 보니 기다리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신뢰가 인생의 최고가치라고 생각하는 김 대표의 줄기세포 보관사업이 고객에게 얼마나 큰 믿음을 줄지 궁금하다.


◆1분이면 저장 끝, 세포증식도 문제없어

한국줄기세포은행이 하는 일은 성체줄기세포의 보관이다. 성체줄기세포는 황우석 박사의 연구분야인 배아줄기세포와는 몇가지 차이점이 있다. 세포 이식 시 부작용이 배아줄기세포에 비해 적다. 또 생명세포가 아니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에서 훨씬 자유롭다.

단점도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체외증식능력이 무한대인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제한적으로 충분한 양을 얻기 어렵다. 또 배아줄기세포가 인체를 구성하는 모든 종류의 세포로 분화가 가능한 반면 성체줄기세포는 특정 환경에서 운명이 이미 정해진 세포로만 분화한다는 점도 다르다.

현재 영업 중인 국내 줄기세포 관련 회사는 16개 정도. 몇년간 영업활동을 벌이다가 종적을 감추는 회사도 상당수 있다. 따라서 줄기세포 보관업에 대한 신뢰성 논란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성체줄기세포의 권위자인 오일환 가톨릭의과대학 교수는 “코어 테크놀러지(핵심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기 어렵기 때문에 자칫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면서 “얼마나 쓸모 있는 세포를 저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줄기세포은행이 갖고 있는 경쟁력은 소량의 말초혈액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보관하는 능력이다. 미국의 나스닥상장업체인 네오스템社가 2000cc의 혈액을 보관하는 반면, 한국줄기세포은행은 20cc로 충분한 기능을 소화하고 있다. 단 1~2분이면 채취가 가능한 혈액량이다.

문제는 세포증식. 한국줄기세포은행은 지난 1월 NASA가 원천개발하고 미국 리제네텍社가 판매한 세포증식(Cell Xpansion) 기술의 국내 독점권을 사들였다. 이 기술은 1주일이면 60~130배의 세포증식이 가능해 세포부족으로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는 제대혈 등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 회사는 혈장 등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한 혈액을 영하 196°C 질소탱크에 보관함으로써 해동 후 90% 이상의 줄기세포 생존률을 기록하고 있다.

50년 보관상품의 가격은 179만원. 분할납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월 15만원씩 1년이면 보험상품과 비교해도 경쟁력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계산이다.

◆미래에 대해 투자하라

한국줄기세포은행은 미래 투자 차원에서 주사 한 방으로 암을 예방할 수 있는 펩타이드 백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예정이다. 특히 한국인에게 발병률이 높은 전립선암이나 폐암, 위암 등이 주요 대상이다.

이 회사는 미주나 유럽 등지에서 임상실험을 진행 중인 백신의 국내 혹은 아시아 독점권을 따내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지난해 KTIC에서 40억원을 지원받았고, 일본줄기세포은행에 기술이전을 통해 12억엔을 벌어들인 만큼 실탄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입소문 때문인지 아직 영업을 시작하지 않았는데도 계약을 원하는 곳이 상당하다. 각 공기업, 방송사, 모 중견그룹 등은 사원들의 건강지출비용으로 줄기세포보관을 염두에 두고 계약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줄기세포은행은 내년 상장을 목표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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