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공짜로 주고 돈버는 보시-지멘스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 2008.10.02 12:35

[그린강국을 디자인하라]<3-2> 외국기업 대응 방안

 불과 10년전만 해도 공장의 굴뚝 연기는 경제부흥의 상징이었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과 한 기업의 매출은 비례관계였다.

 새로운 세기가 시작된지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도 이산화탄소와 경제의 밀접한 관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이젠 굴뚝 연기가 적을 수록, 다시 말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을수록 매출이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 다르다.

 녹색혁명이 글로벌 경제의 화두로 등장하면서 '저탄소'가 기업 생존의 키워드로 부상했다. 기업들은 변화된 시장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고, 심지어 온실가스를 절감 자체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했다.

 영국의 '카본 풋프린팅(탄소 발자국)' 제도는 기업들이 온실가스 저감에 적절히 대응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카본 풋프린팅 제도'란 소비재에 제품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온실가스량을 표시, 소비자들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상품을 사도록 유도하는데 목표가 있다. 강제력은 없지만 소비자들이 친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의식하게 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상품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현재 영국에서 영업 중인 글로벌 할인매장 테스코가 샌드위치, 오렌지주스, 전구, 세제 등 20여개 자체 브랜드 제품에 카본 풋프린팅 마크를 도입했고 장기적으로는 7만여개 취급 제품 모두에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면서 이를 사업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유럽의 백색가전 업체 보시-지멘스의 공짜 냉장고 마케팅은 저탄소 비즈니스 모델의 대표적 케이스로 통한다.

 보시-지멘스는 브라질 전력회사와 제휴, 절전형 냉장고를 브라질 빈민들에게 공짜로 나눠줘 돈을 벌고 있다. 최신 냉장고 제공→전력 저효율 냉장고 수거→전력감축분을 탄소배출권으로 확보→탄소배출권 매각→이익 창출이라는 그린 비즈니스 모델로 수익을 내고 있는 것.

굴뚝경제 시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던 '공짜=매출'이란 등식이 탄소배출권 거래제란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을 만나면서 가능해졌다.


 지난 2005년부터 유럽연합(EU)이 탄소배출 거래시장을 운영하면서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39개국 기업은 직접 줄인 온실가스는 물론 개발도상국의 CDM(청정개발체제)을 통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도 실적에 포함해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굴뚝산업 시대를 대표하는 초거대기업 GE는 기후변화 시대에는 환경규제가 곧 성장의 기회란 녹색성장의 의미를 실천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사례다.

잭 웰치의 뒤를 이어 지난 2001년 9월에 GE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제프리 이멜트는 강화되는 환경규제 속에서 발전설비를 중심으로 한 전형적 굴뚝사업을 살려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그는 이 같은 과제를 '에코메지네이션(Ecomagination)'이란 역발상 경영전략으로 돌파하고 있다. 에코메지네이션이란 '생태(Ecology)와 상상(Imagination)'의 합성어로 이멜트는 이를 통해 GE를 신재생에너지, 수소 연료전지, 정수 시스템, 그리고 환경친화적인 항공기 엔진 등을 생산하는 친환경기업으로 탈바꿈시킨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GE는 첫 단계로 지난 2004년 기준 100억달러 정도였던 환경 부문 매출 규모를 오는 2010년까지 200억달러로 끌어올린다는 계획 아래 이 분야 연구개발비를 7억달러에서 15억달러 수준으로 대폭 증액했다.

환경이 곧 돈이란 의미의 'Green is green(녹색 안에 녹색인 달러가 숨어 있다는 뜻)'이란 이멜트 회장의 표현은 기업의 녹색성장 전략을 대변하는 유명한 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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