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의 달콤함에 숨겨진 '독'

머니위크 김성욱 기자 | 2008.10.09 10:19

[머니위크]영화 속 경제이야기/<스팅>

할리우드의 거장 연기자 중 한명인 폴 뉴먼이 지난 9월26일 코네티컷 웨스트포트의 자택에서 지병인 암으로 숨을 거뒀다. 향년 83세.

폴 뉴먼은 1954년 <더 실버 챌리스>(The Silver Chalice)로 영화에 데뷔했으며,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같이 출연한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Cat On A Hot Tin Roof 1958년) 등을 통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 외에도 <허슬러>(The Hustler 1961년), <타워링>(The Towering Inferno 1974년)에 출연하는 등 한창 전성기 시절에 총 10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오스카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에게 처음 안겨진 오스카는 1986년의 공로상이었으며, 이듬해인 1987년 톰 크루즈와 함께 공연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컬러 오브 머니>(The Color of Money)를 통해 연기생활 33년 만에 첫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994년에는 팀 로빈슨과 함께 <허드서커 대리인>(The Hudsucker Proxy)에 출연했으며, 2002년 톰 행크스와 함께 출연한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이 그의 유작이 됐다.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2007년 폴 뉴먼은 ABC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원하는 수준만큼 연기할 수 없게 됐다. 기억을 잃기 시작할 것이고, 자신감도 잃기 시작할 것이다. 창작력 또한 그럴 것”이라며 연기 은퇴를 선언했다.

폴 뉴먼은 50여년간의 연기생활 동안 6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는데, 그의 출연작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누가 뭐라 해도 세기의 금발 미남 스타 로버트 레드포드와 함께 출연한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년)와 <스팅>(The Sting 1973년)일 것이다.

◆‘반전’을 제대로 보여준 코믹물

<유주얼 서스펙트>(The Usual Suspects, 1995)와 <식스 센스>(The Sixth Sense 1999년)의 공통점은? 마니아 수준이 아니더라도 영화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너무 쉬운 질문이다. 바로 결말에 대단한 반전이 있다는 점이다.

<스팅>(원제 : The Sting, 감독/조지 로이 힐, 출연/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 로버트 쇼, 찰스 더닝, 레이 왈스톤) 역시 ‘반전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준 영화다. 과장된 표현을 쓰자면 '반전 영화의 교과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팅>은 <내일을 향해 쏴라>의 명콤비 조지 로이 힐과 폴 뉴먼, 로버트 레드포드가 다시 뭉쳐 만들어 낸 영화다. 도적, 노름의 명수 자니 후커(로버트 레드포드 분)는 두목의 죽음에 복수하기 위해 헨리 곤돌프(폴 뉴먼 분)와 손잡고 거물 도일 로네간(로버트 쇼 분)을 골탕 먹일 계획을 세운다.

헨리와 자니는 사설 경마장으로 위조한 무대로 로네간을 끌어들이기 위한 계략을 짠다. 이 와중에 FBI는 자니를 위협해 곤돌프를 잡으려 나선다. 사설 경마장에 로네간이 나타나 투자금액을 날리는 순간 FBI가 나타나고 자니의 배신을 안 헨리는 자니와 서로 총으로 쏴 죽게 되는 등 경마장 무대는 피바다 난장판이 된다. 그리고 FBI의 스나이더 형사(찰스 더닝 분)는 지명수배를 받던 로네간을 체포한다.

이 영화의 반전은 여기서 시작된다. 로네간을 끌어들인 사설 경마장은 사전 녹음된 경기를 중개하고 있었으며, 자니를 위협한 FBI는 헨리가 만들어 낸 것이며 서로 총을 쏴 죽은 헨리와 자니 역시 죽지 않았다.

여타 반전이 있는 영화처럼 <스팅> 역시 결말을 모르고 보는 것이 더 흥미진진하다. 그러나 결과를 알고 봐도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다.


또 영화의 무대로 등장했던 산타모니카 해변의 피어(pier 17)는 지금도 영화 마니아들이 한번쯤 찾아가는 명소가 되었다.

◆사행산업 규모 GDP 대비 1.4% 수준

최근 사설 경마장이 우리나라 사회에서 문제가 됐다. 회장의 개인자금을 관리하던 한 대기업 직원이 조직폭력배의 꾐에 넘어가 거액의 회장 개인 돈을 몰래 유용했다가 사기를 당하자 살인을 청부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사람은 지난 2006년 중순 사설경마 등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조직폭력배의 꼬임에 넘어가 같은 해 8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회장 개인자금 180억원을 몰래 빼내 투자금 명목으로 조직폭력배에게 빌려주었다가 돌려주지 않자 청부살인을 꾀한 것.

또 지난 6월에는 마사회 직원이 사설경마업자에게 1000만원을 송금, 불법사설경마 마권을 구입하는 등 4개월 동안 수십여 차례에 걸쳐 유사경마행위에 수천만원을 투자한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모든 사설 경마장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마를 포함한 경륜 등 사행사업이 그만큼 사회 깊숙이 들어왔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 할 수 있다.

경마 등 사행사업의 규모는 상당한다. 지난해 사행산업의 매출은 14조6000억원으로 2003년 14조2000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6년 GDP 848조원 대비 1.4% 수준이다. 그러나 민간 경제연구소는 사행산업의 규모를 이보다 더 크게 잡고 있다. 2006년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2005년 국내 사행산업의 총 매출액은 약 35조원으로 GDP 대비 4.4%에 달한다.

경마 등 사행산업은 도박과 레저의 경계선에 서 있다. 경마 등이 허용된 것은 건전한 레저산업의 육성을 위한 것이다. 하지만 사행사업으로 인해 게임 중독, 가정파탄 등의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일확천금의 꿈은 사기당하는 지름길

<스팅>에서 로네간이 헨리와 자니에게 넘어간 이유는 뭘까. 바로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노렸기 때문이다. 로네간 뿐 아니라 사행산업을 건전한 레저로 즐기지 못하고 파탄에 이르는 사람들 역시 일확천금의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모든 투자에는 원칙이 있다. 수익이 클수록 위험도 큰 법이다. 하지만 큰 수익은 바라보지만 이보다 더 큰 위험을 못 보는 경우가 많다. 항상 더 많은 것을 원하는 끝없는 욕심에 사로잡혀 쉽게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꾼들에게는 안성맞춤의 먹잇감이다. 요즘 흔하게 마케팅의 하나로 사용되는 ‘미끼 상품’ 매한가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한탕을 바라는 사람들을 노리는 ‘꾼’들은 세상에 널려있다.

인간에게 욕망은 성공으로 이끄는 엔진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나 지나친 욕심은 자신을 망치게 한다. 달콤한 유혹 뒤에는 날카로운 비수가 숨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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