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쓰나미급 충격이다"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반준환 기자, 권화순 기자 | 2008.09.30 11:52

美 구제금융안 부결 대응책 마련 분주

"쓰나미급 충격이다"

국내 금융권은 30일 미국 하원이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법안을 부결한데 대해 이렇게 반응했다. 구제금융 불발로 거대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도산하면 전세계로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고, 국내 금융시장도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설상가상 8월 경상수지 적자가 47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는 소식까지 겹치면서 패닉 상태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증권·보험·카드사 등 국내 금융기관들은 이날 오전 일제히 긴급회의를 열고 미국발 악재가 미칠 파장을 가늠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미국 구제금융안 포기에 세계 각국 금융시장이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며 "외환시장 뿐 아니라 주식시장, 채권시장도 불안심리가 확산되는 등 국내 금융시장에도 여파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아침 서울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200원선을 돌파해 출발했고, 코스피지수도 5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다. 가뜩이나 사정이 안좋았던 국내 채권시장도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A금융지주 관계자는 "위기 상황에선 시장이 호재보다 악재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미국 구제금융안이 통과돼도 효과가 적었을텐데, 반대로 부결된게 시장에 더욱 큰 충격을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10월1일 구제금융안이 재상정될 예정이지만, 통과된다 해도 이미 발생한 시장충격을 희석하는 효과는 미미할 것 같다"며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를 놓고 대응방안을 마련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미국 의회의 구제금융안 부결로 글로벌 신용경색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로 인해 국내 금융권의 자금조달비용이 늘고, 결국 실물경제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환율은 중소기업의 키코손실을 더욱 가중시키고, 원자재 수입업체들의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칫 외환위기 때와 흡사한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에선 9월말 미국 구제금융 법안통과를 기다리며 자금조달 시기를 미뤄왔는데, 오늘 사태로 상황이 더욱 악화됐다"며 "거래제안은 고사하고 투자자 찾기도 힘든 상황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제법안이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며 실효성이 있을지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며 "자금조달 상황이 좀 더 나빠지면 정말 버티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외화 차입 여건이 악화되고 있지만, 미국 금융시장이 개선되지 않는 한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당장 원/달러 환율은 1200~1250원선까지 불가피하고 주식시장도 1400포인트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 크다"며 "민간영역에선 마땅한 대응책이 없다는 게 가장 답답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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