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환율급등에 "기도 밖에 방법이…"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8.09.29 15:09

키코 소송준비 102개사 부도위험 68%로 확대

"환율이 이렇게 치솟으니 팔수록 손해입니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런지…."

섬유업계의 한 중소업체 사장의 하소연이다. 원자재 가격이 이미 지난해의 2배 수준을 뛰어 넘어 숨이 막힐 지경인데 환율까지 치솟아 제품을 팔아도 손해를 본다. 외화대출도 꽉 막혔다.

원/달러 환율이 한때 1200원선도 넘어서자 수출입 관련 중소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급격한 환율 변동에 어떻게 손을 쓸 수도 없이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한 시중은행의 법인영업담당 팀장은 "오늘 장중 환율이 30원 이상 급등하자 고객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아무래도 고객들을 방문해 대책을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29일 오전 한 은행 딜링룸 컴퓨터의 환율 시세표. 4년9개월 만에 장중 최고치인 1197.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임성균 기자
문제는 이 상황에 대처할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이렇게 올라가면 수출기업의 타격이 막대하다"며 "그러나 은행이나 기업 모두 취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시장을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현재 우리 경제는 '기도하는 경제'"라고 말했다. 현재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기도 밖에는' 취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빗댄 말이다.


이들 기업에 대한 외화대출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전 세계적인 외화유동성 부족 현상 속에서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은행을 통해 외화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희박하다. 은행 자신이 달러가 부족한지라 기업들의 급한 사정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

외환시장과 외화자금 시장은 별도의 시장으로 환율이 오른다고 외화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심리적인 영향은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악순환의 연결고리다.

특히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KIKO) 계약으로 손해를 본 중소기업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분석에 따르면 키코에 가입했다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인 기업 102개의 부도 위험성은 환율이 1200원일 경우 68.6%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로라면 10개 중 7개가 망한다는 얘기다.

'외화가뭄'에 시달리는 은행들은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중앙은행이 외화유동성을 더욱 적극적인 방법으로 제공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한은은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모든 패를 다 보여줘도 외환시장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위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국이 시장과 은행들이 요구하고 있는 수준의 중간선에서 구제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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