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교훈, '자산배분이 정답'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 2008.10.02 04:00

[머니위크]민주영의 펀드 투자학

롤러 코스터와 얼음판 걷기, 요즘 금융시장과 어울리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미국발 금융위기 악화와 정부의 대응 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계속된 마이너스 수익률에 이미 지칠 대로 지친 투자자들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더욱 깊은 불안감에 빠졌다.

세계 금융시장을 주도하며 10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투자은행(IB)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모습은 마치 9ㆍ11테러 당시 세계 무역센터 건물이 무너지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전 세계 주가가 폭락했고 전문가들은 최대 공황에 빠져 오랜 기간 고통이 계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한달여 만에 끝난 9ㆍ11 테러와 달리 이번 위기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다만 역사를 통해 공포가 극심할 때야 말로 가장 좋은 기회였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고통스럽긴 하지만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어찌됐든 우리의 투자 실력은 한 단계 도약하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 경험만큼 강력한 공부도 없는 법이다. 게다가 이번 경험은 지난 카드채 부실사태와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그동안 1가구 1펀드라고 할 정도로 펀드 투자가 보편화된 데다 지난 해 해외펀드 투자가 확산되면서 투자의 영역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어떤 투자도 항상 좋을 순 없으며 따라서 여러 자산으로 고루 나눠 투자하는 분산투자가 얼마나 중요한 가를 느끼게 된다.

이번 위기가 지나고 나면 우리 금융업계에 '자산배분(Asset Allocation)'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여러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명한 분산투자'를 의미하는 자산배분의 핵심적인 질문은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적정한 주식(Equities)과 채권(Fixed-Income securities)의 투자비중은 어떻게 되는가? 둘째 적정한 국내 자산과 해외 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은 어떻게 되는가? 셋째 적정한 국내 통화 자산과 해외 통화 자산에 대한 투자비중은 어떻게 되는가? 넷째 적정한 전통적인 투자와 대안 투자(Alternative investment)의 분산 비중은 어떻게 되는가? 이다.

◆주식 채권으로 나눠투자하라

이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주식('지분형 투자'라고도 한다)과 채권('이자 발생형 투자'라고도 한다)에 대한 적절한 투자 배분이다. 이 의사결정이 장기적인 투자 성과에 대부분을 결정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다소 소홀한 점이 없지 않았다. 오히려 '국내자산 vs. 해외자산'이나 '전통 투자 vs. 대안 투자'에 대한 자산배분이 강조돼왔다. 적정하게 주식과 채권자산으로 나눈 투자자라면 최근 위기에 따른 주가 폭락의 고통이 한결 적을 것이다. 게다가 싼 가격대에서 투자를 늘릴 기회를 활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적정한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비중은 어떻게 결정할까? 채권 투자는 이자와 원금의 지급을 보장하지만 인플레이션의 결과 구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주식 투자는 역사적으로 자본의 성장과 함께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지만 높은 변동성을 갖는 단점이 있다.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비중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는 바로 투자기간이다. 즉 투자기간이 장기일 경우 인플레이션 위험이 주가의 변동성보다 더 크기 때문에 주식투자에 더 많이 할당해야 한다.

반면 투자기간이 단기일 때는 주가 변동 위험이 인플레이션보다 더 크므로 수익률이 예상 가능한 채권 투자를 더 늘려야 한다. 투자기간을 정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재무목표와 투자목표 등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은 투자기간을 짧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남편이 60세인 한 부부는 "우리는 앞으로 65세에 은퇴할 생각입니다. 은퇴까지 5년 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투자기간이 짧습니다. 은퇴가 가까워 오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채권 위주의 투자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은퇴 전 기간과 투자기간을 혼동한 말이다. 은퇴 이후 그동안 투자했던 자금으로 살아갈 계획이라면 이들의 투자기간은 사망할 때까지로 연장해야 한다. 평균적인 건강상태의 남성이라면 평균 여명은 20년 정도 된다. 20년이라는 투자기간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주가의 변동성 위험보다 크기 때문에 그들의 포트폴리오에는 주식이 의미 있게 포함돼야 할 것이다. 투자기간을 짧게 평가하는 경향은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의 비중을 낮춰 자칫 인플레이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전략적 자산배분과 전술적 자산배분

자산배분에는 전략적 자산배분과 전술적 자산배분 등 2가지 단계가 있다. 전략적 자산배분이 5년 이상 변동시키지 않고 가져가는 장기적인 의사 결정이라면 전술적 자산배분은 1~2년 이내 일정한 한도에서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중단기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때 고속도로로 갈지 KTX를 타고 갈지 결정하는 것이 전략적 자산배분이라면 고속도로 휴게소는 어디에 들를지, KTX에서 어떤 책을 보며 갈지 결정하는 것이 전술적 자산배분인 셈이다.

투자기간이나 투자목표 등으로 결정한 자산배분은 전략적 자산배분에 해당된다. 투자목표와 투자기간 등을 감안하여 목표수익률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주식과 채권의 장기 기대수익률에 근거한 배분 비율을 정하는 식이다. 이는 매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단계여서 재무설계 전문가(FP)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반면 전술적 자산배분은 금융시장의 변화에 따라 주식과 채권의 투자비중을 미세 조정하는 의사결정이다. 중단기적으로 어느 자산이 더 유리한 가를 판단하여 정해진 범위 내에서 비중조정을 하게 된다. 기본적으로 주식과 채권은 서로 경쟁하는 경합성을 가지고 있다. 서로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어떤 자산이 더 매력 있느냐를 판단한다. 이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익수익률(earning yield)'이다. 이익수익률은 주가를 수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률(PER)을 뒤집은 것이다. 즉 수익을 주가로 나눠서 구한다. PER은 주식시장에서 자주 사용되는 개념인데 현재 회사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말한다.

예를 들어 PER이 20이라면 지금과 같은 이익에서 본전이 될 때까지 20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PER가 높으면 투자금액을 회수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고평가 됐다고 말한다. 이러한 PER을 뒤집은 이익수익률은 당시 주가로 투자한 자금 1단위당 주식의 이익을 의미한다. PER이 20이라면 주식의 이익수익률은 5%(1/0.2)가 된다. 채권의 이익수익률은 물론 이자율이다.

최근 주식과 채권의 이익수익률을 비교해 보면 현재 국내 주식시장의 PER이 11.66배(9월25일 기준)이므로 주식의 이익수익률은 8.58%(1/0.1166)가 된다. 채권의 경우 지표물인 국고채 3년물이 5.93% (9월25일 기준)이므로 주식과 채권을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주식이 더 매력적인 상황인 것이다.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금리 수준에 따라 전술적 자산배분을 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채권금리가 5.93% 수준이므로 자산의 59% 정도를 채권 성격의 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 41%를 주식에 투자하는 식이다. 금리 수준이 높아져서 7%가 된다면 자산의 70%를 채권 자산에 투자하고 주식비중은 30%로 낮춘다. 다만 이러한 자산배분은 과거 수익률을 바탕으로 나온 수치이며 절대적인 방법이 될 순 없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투자자의 투자지식 수준, 위험 감내 정도 등이므로 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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