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제약사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한 신약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임상 시험의 책임을 아무에게나 맡길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에게 ‘국내 최초의 글로벌 임상시험 PI’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것도 PI에 선정되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방 교수는 위암과 관련해 국제 의학계에서 권위자로 통한다. 서양에서는 동양에 비해 위암 환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관련분야에 대한 연구도 상대적으로 덜 발전됐다. 때문에 위암 연구에만 집중한 방 교수의 위치는 국제적으로도 독보적이다.
하지만 학술적 역량만 있다고 해서 다국적 임상의 PI를 맡기는 어렵다. 제약사나 임상에 참여하는 의사 그리고 환자 등의 이해관계가 다른만큼 이를 조율하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게 방 교수의 설명이다.
3가지 신약의 임상을 주도하다보니 그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을 숨 가쁘게 오가고 있다. 미국으로 1박3일 혹은 2박4일의 임상시험 관련 출장을 다녀오기도 한다. 하루 정도의 임상시험과 관련한 회의를 위해 이틀을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PI인 그가 참석하지 않으면 회의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이를 마다할 수 없다.
방 교수는 최근 한 다국적제약사와 신약을 개발하는 초기 단계인 전임상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위암치료제인 이 신약의 개발전략부터 임상시험의 디자인까지 담당한다. 단순히 제약사가 제시하는 방향에 따라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수준을 넘어, 신약개발의 전체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는 “약의 효능이 좋아도 이를 정확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도 많다”며 “질병과 신약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만 제대로된 임상시험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이같은 경험을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에 기여하겠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항암제처럼 가능성이 큰 분야는 신약개발에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경제적 효과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에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고 쓴소리를 했다. 우선 경영진의 마인드가 신약개발에 나설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신약개발은 집중투자가 큰 분야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도전했던 것처럼 강한 자신감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영진이나 오너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위험부담도 감수해야하고 엄청난 비용도 쏟아부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국내 제약사에서는 그런 경영진을 보지 못했다.”
이밖에도 외국의 의사와 과학자들만 바라보는 풍토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방 교수는 “국내에도 훌륭한 임상관련 전문가들이 많다”며 “국내 제약사들이 이들과 적극적으로 공동작업을 진행하면 국가적으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외국 연구개발자, 외국 의사만을 최고로 여기는 국내 제약업계의 태도가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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