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 키코의 법적 문제점

최성우 변호사 | 2008.09.29 06:39
올 들어 우리 중소기업들을 시름에 잠기게 하였던 키코(kiko, knock in knock out) 사태가 최근 태산엘시디의 법정관리 신청을 계기로 중소기업들로 하여금 줄도산의 우려를 가져오고 있다.

내수경기 침체와 미국발 금융쇼크 등 어려운 경영환경에서 흑자 도산을 걱정하고 있으니, 해당 중소기업들의 임직원들이 키코- 즉 환 통화옵션 계약을 체결하게 했던 은행권과 대기업 중심의 인위적인 환율정책을 구사하였던 정부에 원망스러운 마음을 품어도 납득할 만한 일이다.

필자는 키코, 환 통화옵션 계약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 등에서 유무효 여부에 관한 유권적인 판단을 구하고 있는 상태이다.

먼저, 환 통화옵션 계약은 그 자체로 불공정한 것이다. 즉, 통상 환 통화옵션 계약은 환율의 변동영역 등에 따라 은행과 고객이 그 각 상대방에게 매도하여야 하는 계약금액이 2~3배의 차이를 보이는 것이어서 금융기관에게 월등히 유리한 불균형적인 이익구조를 가지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자체로도 공정한 것으로 볼 수 없을진대, 구체적으로 개별 중소기업이 체결한 환 통화옵션 계약에 따라서는 이보다 훨씬 불공정한 구조를 가지는 것도 있다.

즉, 어떤 중소기업이 체결한 환 통화옵션 계약에서는 계약기간의 1/3 동안만 위와 같이 될 뿐이고, 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중소기업은 환 손실을 전혀 보전 받지도 못하면서 오로지 은행에게 환차익을 보상하도록 되어 있는 것도 발견되고 있다.

그렇다면 중소기업들이 왜 위와 같이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하게 되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할 수도 있겠는데, 여기에서 환 통화옵션 계약을 무효로 보아야 하는 두 번째 근거가 등장한다.

그것은 바로 환 통화옵션 계약의 체결을 권유하였던 은행들이 위와 같은 상품의 구조나 리스크 등을 제대로 설명·고지하지 않았거나 대출금 회수 등으로 사실상 위 계약체결의 자유를 박탈하였다는 점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사업자로 하여금 약관에 정하여져 있는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은행업감독규정 및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은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파생상품 거래시 상대방에게 거래의 구조 및 거래에 내재된 리스크, 잠재적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 등 거래상의 중요 정보를 충분히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금융기관에 대해 위와 같은 설명·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금융기관이 환 통화옵션 계약을 투기상품이 아니라 환헤지상품인 것처럼 잘못 설명하였음을 들어 기망까지 주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금융기관은 거래상대방의 영업 속성·재무상황·금융거래 수준, 당해 거래의 목적, 상품에 대한 이해정도·위험관리능력, 상품의 종류 등을 고려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거래를 제안하여야 하는데(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 제65조 참조), 개별 중소기업들의 구체성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우리나라와 같이 환율의 안정성이 취약하거나 정부의 인위적인 환율정책이 개입될 수 있는 환경에서 환 통화옵션 계약이 환헤지의 목적에 적합한 것인지도 의문이다.

그 밖에도 환 통화옵션 계약을 둘러싼 쟁점으로 이사회결의의 존재 여부, 해제권 또는 해지권의 부당한 배제 등도 문제되고 있고, 개별 기업이환 통화옵션 계약의 체결에 즈음하여 갖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쟁점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해제권 등의 배제 또는 그 행사 제한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음을 지켜보면서도 환 통화옵션 계약을 해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일부 중소기업들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고 필자도 환 통화옵션 계약의 유무효 여부에 관하여 법원에 유권적인 판단을 구하고 있지만, 법원의 판결이 선고되려면 적어도 수개월이 소요되므로 사법적인 구제로서는 중소기업들에게 줄도산의 공포를 씻어내기에 역부족이다.

중소기업들의 흑자 도산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논의되고 있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의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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