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포스코의 새 꿈, 에너지보국"

정리=진상현 기자 | 2008.10.01 14:42
포스코가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지난 40년 동안의 한결같은 꿈은 '제철보국(製鐵保國)'이었다. 한국이 조선·자동차 강국이 된 것도 제철보국에 힘입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새로운 꿈이 시작됐다. '에너지 보국'이다. 포스코가 발전용 연료전지라는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 도전장을 냈다.

'산업의 쌀'이라는 철을 생산해 한국 경제의 도약을 도왔던 포스코가 이제 '청정 에너지'라는 새로운 국가적 과제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물의 전기분해 반응을 역으로 진행시켜 전기와 열을 생산하고, 온실가스와 유해물질을 줄일 수 있는 청정에너지 생산 시스템이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고갈과 지구온난화 등 환경오염 문제를 풀 차세대 고효율 친환경에너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2일 정부가 발표한 22개 신성장동력에도 포함됐다.

포스코의 새로운 꿈을 짊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포스코파워다. 포스코파워는 포스코의 에너지 부문 자회사로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4일 세계 최대 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 공장 가동에 들어간 포스코파워의 이승우 사장을 만나 포스코가 그리고 있는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일반인들에게는 포스코파워가 생소한 기업일 수 있겠습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지난 2006년 포스코의 출자사가 된 포스코파워는 인천에 1800MW 규모의 복합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민간 발전회사였습니다. 지난해 2월부터 포스코의 연료전지 부문을 이관 받아 본격적으로 고효율, 친환경 발전기이자 핵심 신재생에너지로 주목받는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발전용 연료전지는 수소와 공기 중의 산소를 전기화학 반응시켜 직접 전기에너지를 만듭니다. 물을 분해하는 과정을 거꾸로 진행한다고 보면 되죠. 석탄 등 화학에너지를 열에너지, 운동에너지, 전기에너지로 순차적으로 변환시켜 전기로 만드는 기존 화력발전보다 훨씬 과정이 짧아 에너지 효율이 높습니다. 투입되는 에너지 량 대비 발전량인 발전효율이 47% 수준으로 일반 화력발전의 35% 보다 높습니다.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 저감효과도 큽니다. 현재 화력 발전 평균치의 3분의 2정도이고, 기술 개발에 따라 더 낮아질 수 있습니다.

-사업 진행 경과는 어떻습니까.

▶발전용 연료전지 기술은 크게 1세대 PAFC(인산형 연료전지), 2세대 MCFC(용융탄산염 연료전지), 3세대 SOFC(고체산화물 연료전지)로 나눠집니다. 포스코는 2003년부터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검토한 결과 상용화된 발전용 연료전지 기술 중 2세대인 MCFC의 보급을 통해 시장을 형성하고 차세대 발전기술인 SOFC의 상용화 기술 확보를 통해 연료전지 글로벌 메이저가 되겠다는 비즈니스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를 위해 MCFC에서 세계선두기업인 미국 FEC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연료전지 주변설비인 BOP(Balnce of Plants)의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4일 세계 최대규모의 발전용 연료전지 생산공장을 준공했죠. 연산 50MW 규모의 이 공장은 국산기술로 만든 연료전지의 주변설비인 BOP를 양산하게 됩니다. 50MW는 일반주택 약 1만7000가구가 사용 가능한 규모입니다. 생산 규모는 오는 2011년까지는 연산 100MW로 확장될 예정입니다. 연료전지 완제품을 기준으로 한 국산화율은 약 50%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가격 경쟁력은 어떻습니까.
▶아직은 설비 가격이나 운영비가 기존 발전 방식들에 비해 비쌉니다. 그렇지만 양산체제가 갖춰지고 기술 개발이 이뤄지면 가격은 내려갈 수 있습니다. 현재는 우리가 생산하는 발전용 연료전지 설비로 발전 사업을 하는 발전 사업가들에게 정부가 발전차액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지원해주고 있습니다.

-주요 수요처는 어떻게 되는지요.

▶발전용 연료전지는 수백 kW부터 수십 MW까지 용량구성이 자유로워 지하, 복층 등 설치가 용이해 활용범위가 매우 넓습니다. 대규모 발전소, 공장은 물론 아파트단지, 병원, 호텔 등 도심지 및 하수처리장, 쓰레기 매립장,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장소에 설치가 가능합니다.

-해외 선두기업과의 기술격차는 얼마나 되는지요.

▶연료전지는 전 세계적으로 기술개발 초기단계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가 작습니다.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진다면 단기간에 글로벌 선두기업으로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은 산업인 셈이죠. 무엇보다 효율,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차세대 발전기술로 주목 받고 있는 3세대 SOFC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개발을 시작한 이래 5kW급 스택(전기를 생산하는 핵심기기) 개발에 이미 성공했고, 2012년까지 180kW급 SOFC를 개발해 연료전지 글로벌 메이저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입니다. 기술개발 초기단계인 연료전지는 수소를 바로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처럼 수소를 저장, 운반할 수 있는 기술은 민간 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추진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 연료전지 시장 전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고효율, 친환경 발전기인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의 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현재 연료전지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연평균 8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죠. 시장조사기관인 ABI 리서치는 연료전지 시장규모가 2020년에는 80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포스코가 적극 추진 중인 차세대 기술개발, 대량생산체제 구축을 통한 가격경쟁이 확보된다면 산업화 속도가 가속화될 것입니다. 포스코는 향후 10년까지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을 통해 조 단위의 매출액을 얻을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연료전지 사업이 포스코에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요.

▶포스코는 국내 에너지 소비의 7%, 전기 생산의 5%를 차지할 정도로 에너지와 연관이 깊은 기업입니다. 포스코는 화석에너지에서 저탄소 에너지로의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 대체에너지를 확보하고 날로 증가하는 환경문제와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업이 연료전지 사업입니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해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기술개발을 통해 연료전지 사업의 글로벌 비즈니스화를 실현하고 포항을 세계적 연료전지 사업의 메카로 육성시킬 계획입니다. 인수를 추진 중인 대우조선해양과의 시너지도 가능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기술에 연료전지 발전 기술을 접목하면 바다 위에 환경오염물질 배출이 없는 청정 원유 생산시설을 건설할 수 있고 전기 발생시 소음이 거의 없는 연료전지를 활용해 무소음 잠수함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이렇게 될 경우 포스코가 일찍이 철강산업을 통해 국내 산업발전을 견인한 것처럼 연료전지사업 또한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서 투자확대, 고용창출 및 수출산업육성 등 국가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손꼽히는 전력 에너지 분야 전문 경영인"

이승우 포스코파워 사장은 국내 전력업계에서 손꼽히는 전문 경영인이다.

한국전력기술, 美 벡텔, 포스코 등에서 전력과 에너지 분야의 다양한 업무를 거치며 이론과 실무를 겸비했다.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후 경영대학원에서 MBA학위를 취득해 전문성에다 일찌감치 '경영 감각'을 더했다.

일에 대한 그의 열정은 정평이 나있다. '일하는 게 노는 것인 사람'으로 불릴 정도다.

사장이 되어서도 항상 노트북을 휴대하고 이동 중인 차안에서도 전자메일을 확인한다.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업무 지휘에 직원들이 힘들어할 때도 많다.

그렇다고 일 밖에 모르는 차가운 경영자는 아니다. 탈권위적인 리더십으로 직원들에게 다가간다. 부하 직원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CEO로, 항상 직원들과 격의 없이 대화하는 선배로 기억된다.

지난 2005년 포스코가 한화로부터 현재의 포스코파워를 인수하고 그가 초대사장으로 부임했을 때도 피인수된 직원들은 경계심과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 사장의 소탈하고 거리감 없는 면모에 직원들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섰다고 한다.

이 사장은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지적 호기심이 남다르다. 회사 내에서 최신형 PC나 전자제품에 관한한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로도 유명하다.

이런 그의 품성은 직원들에게도 전파돼 조직전체가 변화 지향적이고 탐구하고 개선하려는 자세를 갖는데 구심점이 되고 있다.

◆이승우 포스코파워 사장 약력

△서울 출생(1951년) △용산고 졸업(69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줄업(73년) △서울대 대학원 졸업(79년) △한국전력기술 선임기술원(78~86년) △포스코 입사(86년) △포스코 에너지추진반 부장(94~96년) △포스에너지 민자발전부문 상무(96~2001년) △포스코 에너지사업추진반장(2001~2005년) △한국종합에너지 인수 팀장(2005년) △현 포스코파워 사장(2005년~)


(대담= 유승호 부장, 정리= 진상현 기자, 사진= 최용민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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