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KO후폭풍]오버헤지 71개사, '시한폭탄'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09.26 11:21

③오버헤지 기업, 환율 급등으로 손실 무한정

편집자주 | KIKO 통화옵션의 악몽이 시작됐다. 환헤지 상품시장의 최대 히트작 KIKO에 가입한 기업들이 헤지는 커녕 엄청난 환손실에 떨고 있다. 심지어 파산에 직면하는 곳까지 생겼다. 독이 될 수 있는 상품을 무리하게 팔아온 은행의 장삿속과 근시안적인 전망으로 안이하게 환위험에 대처한, 또는 불나방처럼 투기에 뛰어든 기업의 합작품이다. KIKO 통화옵션의 실태와 피해사례를 통해 향후 대책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09월25일(11:2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KIKO에 가입해 큰 손실을 봤다고 해서 모두 태산엘시디의 전철을 밟지는 않는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 규모 내에서 헤지를 했다면 KIKO 옵션의 손실과 수출대금에서 얻는 환율 평가이익은 서로 상쇄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대대적으로 팔린 이른바 '윈도우 KIKO 통화옵션'은 기존의 헤지상품의 단점을 크게 보완한 상품으로 인정을 받았다. 문제는 환율이 예상범위를 크게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은행과 기업들이 간과했다는 것과 KIKO를 헤지용 이상으로 써먹은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데 있다.

올 들어 환율 변동폭이 하루에 30~50원을 오를 내릴 정도로 엄청나게 커지면서 KIKO는 각광받던 헤지상품에서 애물단지로 돌변했다. 특히 태산엘시디처럼 연간 벌어들이는 외화 이상으로 헤지(오버헤지)를 한 기업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된 꼴이다.

KIKO(키코)와 PIVOT(피봇) 등 환헤지 파생상품으로 오버헤지를 한 기업들은 환율 상승에 따른 무한 손실 가능성에 노출됐다. 환헤지 계약의 만기가 길고, 환율이 오를수록 손실은 더욱 커진다.

연간 매출액 대비 165% 수준의 환헤지를 한 태산엘시디가 그랬다. 실제 들어오는 달러 이상으로 환헤지를 한 경우, 모자라는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사서 계약 이행을 해야 하는데 환율이 급등하면서 너무 비싼 가격으로 달러를 사야했다. 손실 규모를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 됐고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된 것이다.

이외 더벨이 코스닥 한 업체의 KIKO 계약을 분석한 결과, 월 수출액 대비 200%에 가까운 환헤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업은 이미 6월말 현재 800억원이 넘는 손실(확정손실+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손실금액이 자기자본의 90%를 넘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 같은 오버헤지 기업이 지난 6월말 현재 71개사에 달한다. 이 기업들의 평균 헤지 비율은 166.7%다. 실제 수출로 벌어들이는 금액의 66.7%에 해당하는 외화를 어디선가 비싸게 구해와 은행에 싼 값에 넘겨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 기업 대부분이 작년 말과 올해 초 KIKO에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환율이 이미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콜옵션 매도의 효과가 발생한 넉인(Knock-In)상태라고 볼 수 있다. 계약 이행을 위해 외환시장에서 오버헤지된 달러만큼을 직접 사야한다는 것으로 실제로 이 같은 달러 매수세가 이미 포착되고 있다.

환율이 앞으로 더 오른다면 손실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손실을 버티다 못해 결국 백기를 들어 버린 태산엘시디 같은 기업들이 줄줄이 등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외환 전문가 한 관계자는 "환율이 추세 상승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KIKO와 PIVOT 등으로 환헤지를 과도하게 한 중소기업들이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며 "줄줄이 부도가 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월 'KIKO 거래 현황 및 대책'을 발표한 감독당국은 오버헤지 기업 명단 공개를 극구 꺼리고 있다. 시장에 미치는 파장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KIKO로 자금 문제를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할 것이라 밝힌 것을 감안, 오버헤지 기업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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