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KO후폭풍]태산엘시디, 오버헤지의 비극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09.26 11:18

①연간 매출액 7000억, 헤지는 1.1조원

편집자주 | KIKO 통화옵션의 악몽이 시작됐다. 환헤지 상품시장의 최대 히트작 KIKO에 가입한 기업들이 헤지는 커녕 엄청난 환손실에 떨고 있다. 심지어 파산에 직면하는 곳까지 생겼다. 독이 될 수 있는 상품을 무리하게 팔아온 은행의 장삿속과 근시안적인 전망으로 안이하게 환위험에 대처한, 또는 불나방처럼 투기에 뛰어든 기업의 합작품이다. KIKO 통화옵션의 실태와 피해사례를 통해 향후 대책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09월25일(09:1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통화옵션 상품에 처음 백기를 든 곳은 중견 LCD 제조업체인 태산엘시디. 연간 매출액이 7000억원에 달하는 업체가 환위험 방지(환헤지)를 잘못 했다가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가는 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KIKO라는 통화옵션에 가입한 이후 예상치 못한 환율 급등으로 거액의 손실을 입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통화옵션인 PIVOT에 손댔다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았다. 처음 KIKO를 선택했을 때는 헤지가 목적이었겠지만 한번 손실이 발생한 이후는 오히려 도박에 가까웠다.

◇ 예상치 못한 환율급등, KIKO 손실 이어져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태산엘시디는 외환은행과 산업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5개 시중은행과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총 3억7440만달러의 KIKO 계약을 맺고 있었다.



일정 이상 환율이 오를 경우(넉인:Knock-IN) 계약금액의 두 배에 해당하는 달러를 팔아야하는 약정환율이 926.04원으로 환율이 올해 초 1000원대로 급등하면서 매달 손실이 쌓여갔다.이 손실(확정손실+평가손실)이 6월말 현재(환율 1043.3원 적용) 806억원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최악의 상황은 아니었다. 실제로 들어오는 달러가 있었기 때문에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이미 헤지해 놓은 환율(926.04원)에 맞춰 은행에 주면 되는 거였다. 기회 이익의 상실(평가손실) 수준이었던 것.

태산엘시디가 맺은 KIKO 중 가장 만기가 짧은 계약인 14개월과 가장 긴 39개월의 중간 만기를 적용하면 연간 1억6953만달러가 헤지돼 있었다. 원화 환산(환율 1000원 적용) 1695억원이다. 시장환율이 계약 금액의 두 배를 팔아야 하는 넉인(Knock-In) 레벨을 넘기면서 실제로 헤지된 금액은 대략 3390억원이었다. 태산엘시디의 연간 수출로 벌어들이는 7000억원 규모의 외화로 커버가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 결정적 패착…PIVOT으로 오버헤지

문제는 4월에 생겼다. KIKO 손실은 입은 태산엘시디는 하나은행과 일명 피봇(PIVOT)이라는 또 하나의 신종 통화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으로 태산엘시디는 들어올 달러보다 헤지한 달러가 더 많은 '오버헤지(over-hedge) 상태에 접어들었다.

이 피봇의 계약금액은 총 14억4000만달러 규모로 올해 4월 계약이 체결됐고 만기는 2011년 11월이었다. 연간으로 따지면 4억1143만달러(원화 환산 4114억원)가 헤지됐다.

피봇은 환율이 일정한 레벨에 갇힐 때 유효한 상품이었지만 피봇 계약 체결 이후 환율은 다시 급등하면서 이 피봇에서도 손실이 났다. KIKO와 같이 두 배의 달러를 팔아야 하는 환율이 1030원으로 책정, 환율이이를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KIKO와 피봇에서 동시 넉인이 됐고, 손실도 발생했다.

이러면서 문제가 커졌다. KIKO와 PIVOT 두 계약으로 유입 달러보다 더 많은 헤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KIKO 넉인으로 3390억원, PIVOT 넉인으로 8228억원 총 1조1618억원이 헤지가 된 것이다. 연간 수출로 벌어들일 수 있는7000억원보다 4618억원이 더 많게 헤지가 된 셈이다.

7000억원 규모의 외화는 들어오는 달러를 은행에 지급하면 해결되는 문제였지만 나머지 오버헤지된 외화가 문제였다. 환율이 급등, 은행에 지급해야할 달러가 너무 비싸졌기 때문이다. 태산엘시디는 결국 이 손실을 버티지 못하고 기업 회생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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