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KO후폭풍]급해진 은행, 때늦은 후회

더벨 김동희 기자 | 2008.09.26 11:25

편집자주 | KIKO 통화옵션의 악몽이 시작됐다. 환헤지 상품시장의 최대 히트작 KIKO에 가입한 기업들이 헤지는 커녕 엄청난 환손실에 떨고 있다. 심지어 파산에 직면하는 곳까지 생겼다. 독이 될 수 있는 상품을 무리하게 팔아온 은행의 장삿속과 근시안적인 전망으로 안이하게 환위험에 대처한, 또는 불나방처럼 투기에 뛰어든 기업의 합작품이다. KIKO 통화옵션의 실태와 피해사례를 통해 향후 대책을 모색해 본다.

이 기사는 09월26일(11:1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태산LCD가 키코(KIKO)와 피봇(PIVOT)으로 한순간에 도산한 사건은 은행들에게도 충격을 안겼다. 판매자의 위치에서 기업의 손실을 떠안는 피해자의 위치로 뒤바뀔 수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미 주식시장에서는 KIKO의 위험을 기업에서 은행으로 전가시키고 있으며 채권시장에서는 은행채 가산금리를 더욱 높게 책정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도 은행 신용등급 평정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달러/원 환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은행이 기업의 통화옵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제 2 태산을 찾아라...SC제일銀 등 부담 '증폭'

벌써부터 금융권에서는 태산LCD와 유사한 사례 들이 입에 입을 타고 전해지면서 은행의 경계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로 A 중소기업은 제2의 태산으로 불리는 대표적인 곳. 이 기업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기준(6월말)으로 월간 수출액이 58억6000만 원이지만 월 평균 110억 원이 넘는 규모의 통화옵션 헤지에 나섰다.

월간 수출액 대비 200%의 환헤지에 나선 것으로 환율 변동 위험을 회피한다기보다는 투기를 노린 과도한 오버헤지에 나선 셈이다. 현재 이 기업은 자기자본의 90%가 넘는 8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금융권에서는 A 기업과 같이 오버헤지에 나서 언제 지급불능에 빠질지 모르는 기업이 수십 곳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통화옵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수록 은행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기업의 평가손실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벨(thebell)이 KIKO피해를 공시한 44개 기업(6월말 기준)을 분석한 결과, SC제일은행과 거래한 기업의 평가손실이 1443억원 수준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통화옵션 거래가 많은 씨티은행은 994억원으로 뒤를 이었으며 외환은행과 신한은행과 거래한 기업도 각각 723억원과 327억원의 손실을 보고 있었다.

구체적인 공시에 나서지 않은 27개 기업과 아직 공시하지 않은 기업을 포함할 경우 평가손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은행, 제 발등 찍었다" 자성

이에 따라 은행들이 무리하게 통화옵션을 팔면서 제 발등을 찍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KIKO 등 파생상품 계약으로 수수료를 챙길 뿐 큰 이익을 챙기지 못한다. 기업과 부수적인 은행 거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 건의 계약으로 은행이 해결해야할 거래관계도 매우 복잡하다.

외환 포지션을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은 채 거래 수수료를 챙기기 위한 목적에서다. 은행들은 대부분 기업과의 KIKO거래 체결 이후 다른 은행과 반대거래를 진행, 위험을 회피한다.

일명 백투백(Back to Back) 거래로 그 과정에서 일정 부분 수수료 정도만 챙기고 위험은 다른 은행으로 넘기는 식이다.

소액의 수수료를 벌자고 내놓은 통화옵션 상품에서 수천억원의 손실이 발생,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은행이 상품을 판매한 후 사후관리를 게을리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실 은행들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키코는 정식 계약서를 통해 체결한 계약"이라며 중소기업들의 하소연에 묵묵부답이었다.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기업에게도 '어디 한번 붙어보자'는 식이었다. 시장은 예상과 달리 움직였지만 정식 계약에 의해 가입한 상품인 만큼, 책임은 가입 기업이 져야한다는 논리였다.

환율급등에도 만기청산을 유도하는데 적극적이지 않았으며 청산 절차를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올 들어 KIKO를 청산한 기업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솔직히 통화옵션상품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은행들이 판매가 쏠렸던 것"이라며 "정부나 은행이 처음부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위험을 더 키웠던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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