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업-산업銀 국내인수 길텄다"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 2008.09.26 07:01

금산분리 한번에 대폭 완화

-대기업, 은행 최대주주 가능해져
- 그룹내 '금융-제조'공존도 허용
- 동부, 금융지주사 전환 수혜 전망

정부가 고심끝에 금융과 산업자본의 규제 완화 방안을 확정했다. 연기금과 사모펀드(PEF)은 물론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금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 실제 법 개정이 이뤄지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금산분리 2단계로 완화= 당초 정부는 1단계로 연기금과 사모펀드(PEF)의 은행 의결권 소유한도를 완화키로 했다. 급격한 규제 완화에 따른 부작용을 피하기 위해 산업자본의 소유한도 상향을 유예키로 한 것이다. 이후 부작용을 검토하면서 감독체계가 정비되면 사휴 규제로 전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2단계별 완화 방침에서 한꺼번에 완화키로 방향을 선회했다. 규제완화 효과가 미미하고 실익이 적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는 산업은행의 성공적인 민영화와 우리·기업은행 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산업자본의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세 은행 모두 작은 덩치가 아니다. 외국계 자본과 국내 산업 자본을 제외하면 선뜻 인수할 만한 곳이 없다. 특히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경험했듯 국내 은행을 더 이상 외국 자본에 넘겨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높은 상황이다. 산업자본은 그러나 지나치게 엄격한 은행 소유 규제로 지분 인수에 나설 엄두를 못내고 있다. 경직된 은행 소유구조를 개선, 산업자본의 여유자금이 금융산업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게 만들겠다는게 정부의 복안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연기금과 PEF의 은행 인수를 허용함과 동시에 PEF의 경우 산업자본의 출자 비율을 10% 이내에서 30%로 확대키로 했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도 현재의 4%에서 10%로 높이기로 했다. 이러면 전체 지분이 여러 곳에 분산된 은행이라면 대기업이 최대주주 지위를 획득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해진다.

◇금융·산업 혼합그룹 나온다=한 그룹 내 증권·보험사와 제조업 계열사의 공존을 제한한 것도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국내 보험·증권사가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덩치를 키워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지주회사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지주사와 달리 비은행지주회사는 부실이 발생해도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 고려됐다.


현재 지주회사는 순환출자나 상호출자가 인정되지 않는다. 지주회사가 수평적으로 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주회사가 되려면 상장회사인 자회사의 지분은 20%, 비상장 회사의 지분은 40%를 확보해야 한다. 지주사 전환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구조다.

금융위는 이번에 비은행 금융지주회사가 제조업체를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했다. 이러면 보험사 등을 소유한 대기업들은 쉽게 지주사로 전환이 가능해져 제조업 자회사에 대해 더 폭넓은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정부 관계자는 그러나 "보험지주회사에 대해서는 보험사가 비금융회사를 직접 지배하지 못하도록 했다"며 "보험지주회사가 비금융 자회사를 두는 것은 허용하되 보험사와는 간접적인 관계로만 연결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지주회사법이 개정되면 동부그룹 등 지주사 전환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삼성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키 위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야 한다. 순환출자나 상호출자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삼성전자를 자회사로 두기 위해서는 상호출자를 해소하고, 지분을 20%까지 늘리기 위해 13% 가량을 추가 취득해야 한다. 다른 계열사까지 감안하면 수십조원의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주사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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