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양치기 소년'이 된 HSBC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 2008.09.25 17:03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장 낮은 은행이 HSBC라고?"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고 시중은행을 돌아다닌 P씨는 HSBC의 금리가 가장 낮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외환은행 인수 포기로 이미지가 나빠질까봐 금리를 낮춘 거 아닐까"라고 나름대로 해석했습니다.

HSBC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은행권 중 낮은 축에 속합니다. 최저 금리가 연 6%초반대로 시중은행에 비해 1%포인트 정도 낮죠. 물론 지난달 말 끝내기로 했던 특별금리 이벤트를 이달 까지 연장했긴 했습니다.

P씨가 그런 추론을 할 만한 근거는 제법 많습니다. 우선 HSBC는 서민 고객보단 부자 고객을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죠. 정기예금 최저 가입금액을 3000만원으로 설정했다가 감독당국의 지시로 100만원으로 낮춘 전력도 있습니다.
 
인지도가 낮아 금융 상품이 잘 알려지지 않은 영향도 있을 겁니다. 그렇다보니 HSBC가 외환은행은 손에 넣진 않았지만 인지도를 높이는 데는 확실히 성공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들립니다.

물론 '어떤' 인지도가 높아진 건지는 논란입니다. HSBC의 '막판 번복' 전력 때문에 오히려 이미지가 나빠졌을 거란 얘기도 들립니다. 외환은행을 포함해 무려 다섯차례나 국내은행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특히 직전 SC제일은행 인수전에선 열흘을 앞두고 철회했습니다. 이미 모든 실사를 마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인수 의지는 별로 없으면서 은행 정보만 빼갔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최근 'HSBC 한국 시장 철수설'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지점이 11개 밖에 되지 않아 은행을 인수하지 않으면 영업이 쉽지 않은 상황. 애초에 외환은행을 택한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경쟁력이 없서 한국 시장을 떠날거란 관측입니다.

이에 대해 외국계 은행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전산망만 깔면 영업하기 수월해 초기 투자비용 대비 수익률이 높다"면서 "HSBC는 한국 시장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샌디 플록하트 HSBC은행 아태지역 최고경영자(CEO)도 인수 포기를 선언한 날 전광우 금융위원장을 찾아가 "한국 시장에서 개인금융, 기업금융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곧이곧대로 믿질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다섯차례나 말을 바꾼 전력이 있다보니 여섯번째 막판 뒤집기는 '한국 시장 철수'가 아니냐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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