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시장에 역량 집중, 수익성 유지 불투명

김일태 외부필진 | 2008.10.05 04:00

[머니위크]김일태의 기업이야기/미디어플렉스

미디어플렉스는 지난 1999년 오리온의 계열사로 설립되어 자회사 메가박스를 통해 극장사업과 쇼박스를 통해 투자배급사업을 영위해왔다. 이 회사는 CJ CGV, 롯데 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국내 3대 대형 멀티플렉스 과점체제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2007년 7월 자회사 메가박스 지분을 맥쿼리계열 KMIC에 1456억원에 매각함으로써 국내 극장사업에서 철수하였다. 매각 당시 오리온그룹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오리온그룹은 여전히 미디어플렉스를 통해 투자배급업을 영위하고 있고, 중국 메가박스 등 해외사업과 국내 신규사업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다.

◆계약내용은 긍정적

미디어플렉스는 지난해 7월 보유 중인 메가박스의 지분 53.92%인 293만754주를 KMIC(Korea Multiplex Investment Corporation)사에 주당 4만9676원, 총 1456억원에 전량 매각하였다. KMIC는 맥쿼리 인터네셔널 홀딩스가 100% 출자하여 설립한 회사로 영화상영업을 영위하는 지주회사라고 사업목적을 밝히고 있다. 이 후 KMIC는 메가박스의 2대 주주였던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계열의 핀벤처스의 지분 44.12%도 사들여 우리사주조합 물량 1.96%를 제외한 메가박스 지분 98.04%를 확보하였다.

매각대금 산정을 살펴보면 메가박스의 시가총액을 2700억원으로 계산했는데 메가박스의 2006년 말 기준 자본총계가 557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장부가의 약 4.85배에 매각한 셈이다. PER(주가수익비율) 기준으로는 2006년 메가박스가 8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에 2006년 실적 기준으로 약 31배에 매각한 셈이다. 그러나 2006년 실적이 한국영화 흥행돌풍으로 인해 어닝서프라이즈였음을 감안한다면 고점에서 굉장히 비싸게 매각한 셈이다.

또한 메가플렉스는 지분매각 계약과 더불어 향후 2년간 경영자문계약을 체결하였다. 즉 KMIC측에 대해 메가박스 운영에 대한 자문을 맡고 경영자문수수료를 받는 내용이다. 2년간 100억원을 받기로 합의하여 2007년 65억원이 유입되었고, 올해 나머지가 유입 중이다. 또한 경영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타겟 EBITDA(세전·이자지급전이익) 초과 부분에 대해 일정 비율로 최대 300억원까지 받는 것으로 계약하였다.

이런 내용들을 감안하면 지분매각은 동사에게 대단히 유리한 조건 하에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

미디어플렉스는 지분매각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2006년 CJ그룹과 롯데그룹의 공격적 출점으로 인해 업계 3위로 내려 앉았고, 더 이상 출점경쟁에 대응할 자본력이 부족하며 회사의 타겟팅을 극장의 하드웨어 기반에서 콘텐츠의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옮기려는 목적이라고 한다. 즉 출점경쟁으로 포화된 극장시장보다 향후 성장성이 큰 콘텐츠시장에 회사의 핵심역량을 주력할 계획이고 이를 위해 메가박스 지분을 매각한 것. 결과적으로 2007년 영화산업이 역성장한 것을 보면 이 회사는 적절한 시기에 비싼 가격에 매각한 셈이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매각대금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부분에서 발생하였다.

◆후속타 불발


미디어플렉스는 유입된 현금 중 약 절반 정도를 이미 사용하였는데, 중국 슈프림스타홀딩스에 150억원을 출자하였고, 영상투자조합인 대신밴처투자조합 8호에 70억원을 출자하였다. 그리고 법인세로 270억원을 납부하였고, 선급금이 87억원 정도 증가하였다. 슈프림스타홀딩스는 미디어플렉스의 신규사업의 일환으로 설립된 중국법인으로 Hubei TV & RADIO 스테이션과 합작하여 합작법인인 Hubei TV & Radio Mega Trading Co.를 설립하고 중국 TV홈쇼핑시장에 진출하였다. 지분율은 미디어플렉스가 49%를 보유하고 있다. 정식채널 개국은 10월에 예정되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미디어플렉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악의 영업실적을 기록 중이라는 것이다. 영화수익구조상 상영업체는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반해 투자 쪽은 영화흥행에 따라 과연 손익분기점(BEP)을 넘길 수 있는가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디어플렉스는 한국영화의 최대 호황기였던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간 영업흑자를 기록하였다. <태극기휘날리며>, <웰컴투동막골>, <괴물> 등의 대박작품들이 영업흑자를 이끌었다. 그러나 한국영화가 침체기에 접어든 2007년 투자한 대부분의 영화들이 흥행실패로 이어지면서 -42.53%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였고, 올해 반기에는 더욱 악화되어 -57.01%를 기록했다. 더구나 매년 약 40억원 이상의 안정적인 지분법이익에 기여했던 메가박스 지분을 매각한 상태라 순이익에서의 반전은 더욱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영업이익 및 지분법이익 추이 (단위 : 천원)

즉 미디어플렉스의의 작년부터 올해 현재까지의 영업상황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초반 <추격자>의 성공과 <적벽대전> 등의 대작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이 사실이나 현재까지의 결과는 <적벽대전>이 BEP를 넘긴 정도 이외에 <님은먼곳에>, <가루지기> 등의 흥행참패와 향후 기대작 부재라는 점에서 올해 작년 수준의 영업적자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3/4분기에 올해 최대 투자작인 <님은먼곳에>가 반영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내년은 좋아질 것인가라는 점에서 결코 그렇다고 대답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미디어플렉스는 올해 1/4분기 영업손실 22억원을 기록했고, 2/4분기에는 그 손실 폭이 확대되어 6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여, 상반기에만 영업손실이 84억원에 이르고 있다. <추격자>의 경우 24억원의 이익이 난 것으로 보여지며, <적벽대전>의 경우 일단 국내 판권과 배급수익이 12억6000만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가루지기>는 14억8000만원, <님은먼곳에>는 11억4000만원의 손실을 입었을 것으로 예상되며 나머지 작품들도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반기 <다찌마와리>, <고고70>, <엔티크>, <거북이달린다>도 예상 최종스코어를 150만명, 100만명, 50만명, 50만명으로 가정할 경우 손실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2008 미디어플렉스 라인업 손익추정

결론적으로 메가박스라는 안정적인 자회사를 고점에서 비싼 가격에 팔았지만 그로 인해 향후 안정적인 수익성 유지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으로 진입하였다. 비싸게 파는 것보다는 비싸게 판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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