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美성장률, 뚝 떨어지면

머니투데이 유승호 부장 | 2008.09.26 08:54

불확실성 사전 제거 필요, 중소 조선업체 문제 방치 곤란

순서로 보면 이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폭삭 내려앉을 차례다. 경제의 혈맥인 금융시스템이 엉망이 됐으니 미국 실물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게 뻔하다.

1년여 전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 헤지펀드 매니저가 불길한 시나리오를 얘기할 때 반신반의했다. "갑자기 미국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뚝 떨어지는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때부터가 문제입니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발생해도 손 쓸 방법이 없어집니다. "

미국 금융위기가 터지기 1년 전 "설마~" 하며 한 펀드매니저와 주고받던 가상의 상황이 지난 몇달에 걸쳐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것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타격을 가해 본격적인 경기침체를 맞게 되고 물가까지 치솟아 미국경제가 큰 어려움을 맞을 수 있다는 예상이 척척 맞아떨어지고 있다.

그때 이미 미국경제의 침체를 예상하고 '거꾸로 투자'에 나선 '선수'들도 있었다. 미국경제가 침체되면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해 달러를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했다. 당시 일본 엔화를 빌려 달러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트레이드'가 대세를 이뤘는데, 과감히 정반대로 '안티 엔캐리트레이드'에 나선 것이다.

미국경제가 어느 정도 망가질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한국의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인 미국의 위기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것만은 분명하다. 미국경제의 향배에 따라 수출, 환율, 주가 등이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이맘 때부터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들어가는 기업들은 방향 잡기에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내년에 신제품을 내놓는 게 맞는 것인지, 생산설비를 증설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신입사원은 몇명이나 뽑아야 할지, 공격적으로 광고비를 책정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의 위기관리가 긴요하다. 불확실성을 신속히 줄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대한 국내 불확실성이라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불확실성이 중첩될수록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꽁꽁 얼어붙고 경제활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실제 미국발 경제 쓰나미가 현실화되더라도 국내 불확실성을 최소화했을 때 대항력을 키울 수 있다.

"키코(KIKO·통화옵션상품)는 은행과 기업 간의 문제"라는 원론적인 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경제상황이 심상치 않을 때는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 정부가 키코 문제에 잠시 미온적 입장을 보이다 신속히 해결책 마련에 나선 것이나 주택건설업계의 미분양 아파트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선 것은 이런 관점에서 다행스럽다.

다만 중소 조선업계 문제가 남아 있다. 중소 조선업체들이 은행 지원을 받지 못해 일손이 멈췄다고 한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나서면 신속히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뒷짐만 지고 구경하는 형국이다.

공무원들이 누구 하나 책임지고 나서지 않고 복잡한 일을 피해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을 거쳐야 한다는 시각도 있고, 은행이 지원하면 돌아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며 방치할 때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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