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국에서 아이 키우는 부부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 2008.09.25 12:59

[멋진 가족, 쿨패밀리]<4-2>신애라가 말하는 나의 가족과 삶

↑2007년 에티오피아에서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의 후원아동을 만난 차인표(왼쪽) 신애라 부부 ⓒ사진작가 허호, 컴패션 제공

필리핀, 방글라데시, 페루, 태국, 아이티, 볼리비아, 우간다, 콜롬비아, 인도, 그리고 한국.

이 부부의 아이들은 10개국에서 자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3명의 아이는 이 부부의 집 안에서 자라고, 31명의 아이들은 부부의 마음 속에서 자란다.

탤런트 차인표, 신애라 부부는 아들 정민이(11)를 낳은 후 2005년에 예은이(4), 올해 초에 예진이(1)를 입양했다.

그러고도 4년째 피부색 다른 아이들과 인연을 만들고 있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www.compassion.or.kr)을 통해 이들 부부가 후원하는 아이들은 31명.

여기까지는 잘 알려진 얘기다. 하지만 애 키우는 게 오죽 힘든가. 또 돈은 오죽 많이 드는가. 아무리 월 3만5000원이라지만 대학생 포함 31명이면 거기에도 적지 않은 돈이 든다. 남이 낳은 아이를 키우고 후원하는 속내는 어떨까.

"예은이 입양하고 나서 돈이 들어오더라구요. 돈 들어올 일이 없었는데. 인표 씨한테 '참 신기하다' 그랬어요."

신애라가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 특유의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말 이들 부부는 모 자동차 방송광고에 출연해 받은 돈 1억 원을 기부해 대학생 9명의 학비를 댔다.

그는 "내가 착해서 이러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원래 선한사람, 악한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누가 착하냐, 착하지 않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자신의 달란트(재능)를 얼마나 잘 사용했느냐, 그것을 얼마나 나누며 살았느냐가 중요하죠."

신애라는 "비전트립이 내 삶의 터닝포인트(전환점)였다"고 말했다. 비전트립은 컴패션 후원자들이 후원프로젝트 현지를 직접 체험하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에티오피아로 비전트립 갔을 때(2007년), 큰 아이를 보면 우리 정민이 같고 엄마 품에 안긴 작은 아이를 보면 우리 예은이, 예진이 같았어요. 이 아이들은 왜 '예은이'가 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문은 이어졌다. '예은이를 우리가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내가 이렇게 끔찍히 사랑하는 예은이는 지금쯤 어찌 되었을까?', '내 아이는 누굴까?', '저기에서 컸다면 예은이 예진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되었을까?'

신애라는 '내 아이'라는 경계가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갈 길을 깨달았다. 그러고 나서 지금의 삶을 선택했다.

"저는 나이에 맞지 않는 인기, 사랑, 돈을 얻었어요. 근데 그게 다가 아니었어요. 연기자가 되어 이름을 알린 건 내가 갈 지금의 이 길 때문이었던 거에요. 부끄럽게도 저는 나이 38세에 그걸 깨달았어요."

'내 아이'란 경계가 무너졌다면 그에게 '가족'이란 뭘까. 그에게 가족을 묻자 아이 34명과 함께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가사도우미)'를 꼽는다. 그의 딸 예은이는 아주머니 시골집을 외갓집처럼 여긴단다.

"한 공간에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지 못하고 떨어져서 있더라도 늘 마음 속에 있고 기도하게 되는 존재가 있어요. 한 핏줄만 가족은 아니구나, 혈연만 중요한 게 아니구나, 해요."

그는 최근 어린이교육ㆍ놀이공간 키즈12(www.kids12.co.kr)를 만들면서 교육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내 아이들에게 그랬듯 다른 아이들한테도 행복한 하루를 만들어주자'는 게 이 사업의 모토다.

"정민이를 키우면서 시행착오를 많이 했는데 그걸 예은이, 예진이한테 반복하고 싶지 않았어요. 입시를 떠나 창의적으로 미술과 음악을 접하고 친구들과 물총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 프로그램이 성공하면 나중엔 영리뿐 아니라 비영리로 소외지역에도 전해주고 싶다"는 꿈을 꾸는 그는, 그래도 "제일 행복한 땐 애 셋이 이불 위에 대(大)자로 누워 자는 걸 볼 때"란다.
↑2007년 에티오피아 비전트립에서 17번째 아이 '위데넥'을 만난 신애라. ⓒ사진작가 허호, 컴패션 제공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4. 4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