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 인수 희망자들의 '빈주머니'

더벨 박준식 기자 | 2008.09.23 08:37

[론스타의 선택]⑥국민·하나·농협, 재무여력 현저히 줄어 가격하락 전망

이 기사는 09월22일(14:33)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KEB)의 경영권 지분 51%를 국내 원매자에게 매각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문제는 원매자들의 인수 여력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이다.

국민과 하나금융지주, 농협 등 기존 인수 후보들은 최근 금융위원회가 HSBC의 경영권 승인을 허가할 움직임을 보이자 각기 다른 대안(alternative idea)을 마련했다.

특히 후보 1순위로 꼽히는 국민은행은 올해 5200억원을 들여 카자흐스탄 뱅크센터크레딧(BCC) 지분 30%를 사들였고 2년 내에 21%(최소 3000억원 이상)를 더 취득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누리증권(현 KB투자증권) 인수금을 합하면 1조원 이상의 M&A 자금이 투입된 셈이다.

여기에 최근 지주사 전환을 위해 다시 1조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을 단행했다. 이후 지주사 경영진은 국내 금융지주사와 대등합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외환은행 인수를 배제한 채 외형확장을 위한 두 번째 시나리오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계획은 3년 전부터 인수 타깃으로 확정해 실사를 마쳤던 외환은행이 다시 매물로 나오면서 원위치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하지만 걸림돌은 막대한 인수금과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다.

국민지주 측은 우선 4조원의 가치가 있다는 자사주를 매각해 인수금을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원매자를 찾기도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만 100개의 금융사 매물이 쏟아지고 국내에서도 M&A 포식기업들의 비핵심 자산이 매물로 출현하고 있다.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이 분명해 보이는 상황에서 경영권이 없는 소수지분의 가치를 얼마나 인정받을 지가 관심이다. 현 시세를 토대로 4조원이라고 평가되는 지분이 재무적 투자자(FI)들에게 분산될 경우 침체기 시장에서 주가는 희석(dilution) 가능성도 분명하다.

상환우선주를 발행해 확정 금리를 설정, 투자자에게 인수 메리트를 준다는 게 국민지주 측 복안이지만 M&A로 인한 단기적인 업사이드를 FI에게 모두 뺏기거나 시너지를 내지 못할 경우 이자부담으로 이중고를 겪을 우려가 크다. 외환은행과 대등합병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일부 시각은 론스타의 엑시트를 고려치 않은 전망이다.

외환은행 원매자 중 2순위로 꼽히는 하나금융과 농협의 경우 이미 인수의지를 잃고 국민지주에 비해 자금도 모자란다는 약점이 있다. 하나금융 주력사인 하나은행은 최근 태산LCD 파생거래와 관련한 전체 평가손이 286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소기업의 잠재손실을 떠안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협 역시 지난 1분기 서브프라임 투자 손실과 예대 마진 저하로 전년대비 800억원 줄어든 125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 순이익은 예상(1조2000원)을 크게 밑돌 전망이다. 여기에 현 정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익환원을 위해 1조원 규모의 농기계 임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용부문의 수익이 악화되는 가운데 경제사업 분야의 적자행진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외환은행 인수를 가로막는 장애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론스타와 HSBC의 딜이 깨지면서 이미 KEB의 가치하락은 현실화 됐다"며 "국내 인수후보들의 재무여력도 이전보다 현저히 줄어들어 매각가격은 5조원을 밑돌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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