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원 수석, 키코 발언 파장에 '고심'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8.09.23 09:17
- 박병원 수석, "중소기업 키코 피해 정부와 무관"
- 야권 "경제보좌팀의 근본적 한계 드러내" 비판
- 정부 피해 기업 지원 나서..박 수석 입지 흔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중소기업의 키코(KIKO) 피해 관련 발언으로 연일 정치권의 질타를 받고 있다. '대통령의 그림자'로 불리는 청와대 보좌진, 그것도 경제수석이 정치권 공격의 타킷이 된 것은 이례적이어서 박 수석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박 수석은 지난 1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다"며 미국발 금융쇼크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산업은행의 리먼 브러더스 인수 시도, 종합부동산세 개편방안 발표 연기 등 경제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문제가 된 것은 통화옵션 상품인 키코 관련 발언. 박 수석은 "키코는 기업과 은행 사이의 거래문제로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개입할 성격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키코는 환율 헷지 상품이 아니라 환투자 상품" "환 헷지에 필요한 수준보다 2-3배 더 가입한 기업도 있다" 등 기업의 책임을 묻기도 했다.

야권은 박 수석의 발언이 알려지자 벌떼처럼 일어났다. 중견기업 태산LCD가 무너지는 등 키코에 투자한 중소기업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는데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것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22일 "설계가 잘못된 파생상품인 키코로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책임의식이 없다"고 질책했다. 송영길 민주당 최고위원도 "키코문제에 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는 박 수석 발언은 안이한 생각"이라며 "키코 피해 기업이 도산할 경우 5만 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지원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석수 창조한국당 대변인도 "박 수석이 키코 사태를 '기업과 은행간 문제'라고 수수방관한 것은 청와대 경제보좌팀의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키코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책마련에 착수해 정부가 개입할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던 박 수석을 '머쓱'하게 했다.


권혁세 금융위 상임위원은 이날 "관계 부처와 협의해 키코 투자로 손실을 입은 중소기업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위기 때도 우량 벤처기업들이 일시적 자금난으로 도산하지 않도록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 위원 발언이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으로 해석되자 금융위는 "기보, 신보를 포함해 금융기관이 우량 중소기업의 도산을 막기 위한 지원방안을 찾자는 것이지 정부가 직접 지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중소기업청이 상시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키코 피해를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게다가 이 같은 대응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예정에 없던 '금융상황점검회의'를 소집한 자리에서 "미국발 금융쇼크로 중소기업이 흑자도산을 하는 사례가 있을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박 수석이 대통령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와 관련, 대통령과 경제수석의 발언이 엇갈린 사례가 있어 더더욱 이 같은 관측에 무게가 실렸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박 수석의 소신발언이 지지율회복 등 정무적 관점에서 국정을 바라보는 이 대통령과 상충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박 수석의 발언은 중소기업의 키코 피해를 정부가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원론적인 지적일 뿐"이라며 "금융기관을 통한 지원까지 할 수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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