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2%저리' 日자금 6천억원 조달 '왜?'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08.09.22 17:23

환율부담에도 엔화표시채 대규모 발행… "일본롯데 덕" 분석

회사채(3년, AA- 기준) 금리가 7.48%에 육박하는 등 시중 금리가 상승 기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2%대의 초저금리로 일본계 자금을 조달해 재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롯데는 일본 금리가 아직도 절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활용해 외화표시채권으로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최근 외표채를 잇달아 발행해 엔화로만 약 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게 된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는 이날 110억엔(1113억원 상당) 규모의 3년 만기 외표채를 발행했다. 자금 용처는 인천공항면세점 사용료와 단기차입금 상환 등 운영자금이라고 밝혔다.

호남석유화학은 2년 만기 210억엔(2125억원) 규모의 외표채 발행을 결정했다. 롯데제과도 구입 결제대금을 조달하기 위해 3년 만기 110억엔(1132억원: 발행일 기준)의 외표채를 발행키로 했다. 롯데쇼핑은 110억엔(1195억원:18일 환율 기준)의 외표채를 발행한다.

이 밖에 롯데기공도 원화 보증사채 100억원 어치를 발행키로 한데 이어, 300억원의 외표채 발행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롯데 계열사들이 발행한 외표채의 이자율은 2~3% 정도이다. 국내 회사채(3년, AA- 기준) 금리가 7.48%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 돈 빌려다 한국에서 돈 놀이를 해도 좋을 정도다.

이렇게 외표채 발행으로 금융 비용을 줄인 회사들은 호텔롯데와 롯데쇼핑, 롯데제과, 호남석유화학 등 롯데 계열의 우량 계열사들이다. 신용등급이 좋아 외표채 발행에 무리가 없었다는 게 롯데 측의 설명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우량 기업들은 이자가 낮은 엔화표시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있다"며 "신용등급이 우수한 기업만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2~3년 전 일본에 제로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의사, 변호사 등 국내 우량 개인 사업자들이 엔화 대출을 받아 저리로 개원하거나 사무실을 차리는 경우는 많았다. 일부 외국계 은행에는 개인 엔화대출을 알선해주는 전담 브로커가 따로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기업들이 엔화표시사채를 발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더구나 그룹 계열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엔화표시사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금리가 낮아도 환율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이자와 원금을 전액 엔화로 지급해야 하므로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그만큼 채무부담이 커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 우량 계열사들이 엔화표시사채를 공격적으로 발행하는 데는 일본 롯데가 든든한 '언덕'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2%)이며 롯데호텔 지분의 100%를 일본 롯데 계열이 갖고 있다. 그만큼 국내 다른 기업보다 일본 경제동향에 민감하고 현지 금융시장에 밝을 수밖에 없다.

무차입 경영을 해온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일제히 외표채를 발행하며 자금조달에 나서자 M&A나 제2롯데월드 건립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호남석유화학의 경우 납사 가격 급등과 원/달러 환율상승으로 결제자금 부담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사채를 발행한 적이 없다"며 "일부는 투자자금으로 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계열사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롯데쇼핑은 2006년 상장 후 매년 1조4000억 원을 매장 확대 등에 투자해 왔다"며 "하반기 경기 동향 전망이 어두워 자금비축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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