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들 탓에 대공항(1929년)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를 맞은 미국을 보면 그런 얘기가 나올 만도 하다. IB들이 스스로 사고 판 부채담보부증권(CDO)의 손실로 올들어 미국 3∼5위 IB가 차례로 무너지거나 팔려나갔다.
1, 2위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마저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리며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또 IB들이 주도해 낳은 금융부실 때문에 미국 국민들은 한국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1조달러의 빚을 추가로 떠안게 됐다.
그렇다면 정말 IB의 시대는 간 것일까? 그렇게 결론내리기는 다소 성급해 보인다.
이번에 금융위기를 불러온 CDO는 IB 업무의 일부에 불과하다. 전통적으로 IB의 업무에는 기업공개(IPO), 증자, 인수합병(M&A), 채권발행, 자기자본투자(PI) 등이 속한다. CDO 손실의 경우 대부분 자기자본투자 가운데 일부인 파생상품 투자에서 발생했다. IPO, 증자, M&A 등과는 무관하다.
다만 주택저당증권(MBS)을 토대로 한 파생상품이 너무 복잡하게 설계되는 바람에 투자자나 감독당국 모두 그에 따른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다.
정유신 한국스탠다드차타드증권(한국SC증권) 사장은 "최근 금융위기는 파생상품 거래에 대한 해당 IB들의 위험관리 실패와 미국 감독당국의 감독소홀에 기인한 것"이라며 "IB의 업무 전체가 잘못됐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IB 없이는 자본시장 자체가 존속하기 힘든 것도 현실이다. 자본시장에 주식과 채권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 기업들이 직접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IB들의 역할이다.
대안도 마땅치 않다. IB가 몰락하고 상업은행(CB)만 남았을 경우 신생 혁신기업들이 제대로 자금조달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로 IB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다"며 "IB모델은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IB는 금융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파생상품에 대한 위험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회계기준을 명확히 마련하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지 자부(George M. Jabbour) 조지워싱턴대 교수는 "파생상품에 대해 명확한 회계기준과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어야 한다"며 "감독당국도 파생상품시장에 대해서는 적당한 수준의 규제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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