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證 M&A추진설 '글로벌 삼성' 물꼬터지나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8.09.22 13:27

2003년 구조본 반대로 꿈접어…그룹전략 수정으로 재추진 의욕

지난 2003년. 당시 황영기 삼성증권 사장(현 KB금융지주 회장)은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에 야심찬 발전기획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IB(투자은행) 업무 확대와 글로벌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후발주자였던 삼성증권은 빠른 시일에 업계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부동의 1위였던 대우증권이 대우그룹 해체 등으로 어려워지자 춘추전국시대 같은 경쟁양상이 펼쳐졌고 삼성증권은 현대증권, 우리투자증권(당시 LG증권)과 더불어 '삼국시대'를 정립했다. 현대증권이 '바이코리아펀드'로 영욕을 겪었고 LG증권이 우리투자증권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삼성증권은 선두업체로 자리매김했다.

황영기 사장은 당시 이 같은 상승세를 더욱 키워 "글로벌 IB로 도약해야 한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그는 그룹비서실 국제금융팀 근무, 영국 BT증권 도쿄지점 이사, 그룹 회장비서실 재무팀 국제금융담당 이사 등을 거쳤고, 삼성그룹에서 대표적인 해외통으로 인정받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 구조본은 금융 부문의 확장은 신중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이에 반대했고 결국 황 사장의 의지는 꺾이고 말았다. 금융 특히 증권 부문에서 지나치게 사업을 확장할 경우 리스크 역시 커지고, 자칫 실패할 경우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구조본은 판단했던 것이다. 삼성증권 내부에서는 지금도 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 삼성증권이 바뀌고 있다. 글로벌 IB로 거듭나기 위해 바쁜 행보를 내딛고 있다. 22일 삼성증권이 리먼브러더스의 아시아법인을 인수할 것이란 '설'도 바로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나온 얘기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동안 각 계열사의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었지만, 이에 따르는 리스크 등을 감안해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제 그룹의 전체 전략을 적극적인 해외진출로 삼고, 이를 독려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삼성증권의 해외진출 역시 이 같은 맥락 속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IB 부문의 경우 노력과 성과 여부에 따라 글로벌 상위권 진입도 가능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증권 부문에 대해 '기대반, 우려반'이었던 옛 평가와 사뭇 다르다.

이번 '설'이 나온 배경에는 삼성증권의 의욕적인 해외진출 추진이 놓여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8월 홍콩 현지법인에 대규모 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자본금이 고작 1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1억달러를 추가투자하기로 한 것. 주식중개 역할을 맡아왔던 홍콩법인을 명실상부한 IB로 육성하기로 했고, 첫 단추로 증자에 나섰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삼성증권의 글로벌 IB 전략은 다른 증권사와 분명 차별화된다"며 "동남아의 주변국에서 합작 등으로 생색만 내는 IB 활동보다는 아시아 금융중심지인 홍콩에서 3~5년 동안 트랙레코드(실적)을 쌓은 뒤 진정한 글로벌 IB로 도약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20년 글로벌 톱 10 위치의 IB로 성장한다는 장기 플랜도 세웠다.

기업계와 증권업계는 삼성이 최근 보이는 변화상에 주목하고 있다. 샌디스크 인수 추진(삼성전자), 중국 PCB업체 유니캡 인수(삼성전기) 등 글로벌 전략을 잇따라 가시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자급자족 시스템' 대신 '글로벌화를 통한 제3의 도약'을 추진하는 모습이다.

이날 삼성증권을 둘러싼 '설'과 '전망'은 바로 이 같은 삼성그룹 자체의 변화에 대한 시장 관심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해석이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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