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의 선택]HSBC의 포기, KEB 가치하락

더벨 박준식 기자 | 2008.09.22 07:33

④美 금융사 매물 속출..론스타, 블록딜보단 재매각

이 기사는 09월19일(15:02)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HSBC가 결국 외환은행(KEB)보다 더 매력적인 매물을 찾아 떠났다.

중국에서 항생은행을 인수해 성과를 냈던 HSBC는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하겠다는 한국을 아시아 포트폴리오의 '제2 투자 거점'으로 정했었다.

HSBC가 그 중에서도 외환은행을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인수 후 전반적인 운영을 기존 경영진에 위임했음에도 불구하고 2005년 이후 매해 평균 1조5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안정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인수금으로 6조원 이상을 제시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대주주 변경승인을 미루는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의 환경은 180도 달라졌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파생채권으로 야기된 미국 금융시장의 환란은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메릴린치 등 5대 투자은행 중 3개를 몰락시켰다.

이런 가운데 JP모건은 베어 스턴스를 12억 달러에, 바클레이즈는 리먼을 17억5000만 달러(주식중개 사업부 및 부동산 자산)에 인수했다.

HSBC 경영진이 한국 정부의 승인 이후 외환은행을 기존 계약대로(60억 달러 가량) 사들였다면 주주들의 배임소송을 우려하는 처지에 빠졌을 수도 있다. 국제금융의 변방에서 일 년 넘게 딜을 끌고 있는 모습이 이상할 정도로 월가에 먹이감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기업금융은 물론 전 세계적인 소매금융 네트워크를 보유한 HSBC는 은행의 전통적인 영업방식을 고수한다. 투자은행(IB)의 공격적인 채권 및 파생상품 투자방식에서는 벗어나 매출을 기준으로 각각 30% 가량의 비율로 기업금융, 소매 개인금융, 유통시장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손실액이 미미한 것도 이런 원칙의 결과다.

HSBC는 예상대로 미국으로 건너가 모건스탠리와 워싱턴 뮤추얼 등의 인수 후보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꼭 이들이 아니더라도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처럼 부실채권(NPL) 형태로 수많은 투자수익 기회를 노릴 전망이다. 외환은행을 포기한 건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는 선택이었던 셈이다.

이제 다시 관심은 투자자 환원이 시급한 론스타가 50% 이상의 외환은행 지분을 어떻게 처분하느냐다. 론스타는 "매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지만 금융 당국은 금산법에 위배되지 않은 후보라면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인수승인을 내리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당국으로선 론스타가 재매각을 결정하고 국내 후보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한 때 국책은행 기능을 수행했던 우량은행을 보존한다는 명분도 있다.

당초 HSBC와 딜이 깨질 경우 소수지분 블록 딜을 고려했던 론스타 입장에서는 경영권을 포함한재매각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1만8000원대의 주가가 1만2000원 이하로 내려간 것이 가장 큰 부담이고 여러 원매자를 찾아야 하는 블록 딜이 개별협상(Private) 방식의 재매각보다 느릴 수도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국민은행이나 하나은행, 농협 등 기존 국내 원매자는 인수검토에 돌입했지만 금융시장의 혼란이 외환은행의 자산 가치를 상당부분 떨어뜨렸다. 초조한 건 론스타이지 원매자들이 아닌 상황도 재매각의 변수다. 더구나 원매자들의 신용여력이 1~2년 전보다 현격히 저하됐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HSBC가 6조원의 가격을 두고 딜을 포기한 것은 재매각의 상한선을 설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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