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만든 '멜라민 분유'의 탄생 비밀

머니투데이 전예진 기자 | 2008.09.21 17:37

중국에서 날아온 멜라민 분유 입자가 황사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이 저질 분유는 대만 홍콩을 비롯해 한국 일본으로 유통되면서 신생아들의 여린 신장으로 침투했다. 이미 신생아 4명이 숨졌고, 전 세계적으로 6000명이 넘는 유아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자칫 멜라닌과 혼동하기 쉬운 '멜라민'은 합성수지, 본드, 플라스틱 등의 재료로 쓰이는 공업용 화공원료다. 그렇다면 단백질과 칼슘의 보충원인 건강식품 우유 속에 왜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불쑥 들어가게 된 걸까?

이를 이해하려면 우유품질관리 기준인 단백질함량 측정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국가에서는 우유에 물을 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유 속 단백질함량을 측정한다.

국가적 표준으로 지정된 Kjedahl 방법은 단백질 속의 질소를 측정해 거꾸로 단백질의 양을 유추해 내는 방법이다. 단백질 외 탄수화물 지방 등 다른 식품구성성분은 질소를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는 비교적 정확한 측정방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을 치밀하게 간파해 역이용한 '위장술'이 등장했다. 우유 속에 몰래 질소를 포함한 다른 물질을 넣는 사기꾼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처음에는 질소를 함유한 요소를 대체물질로 사용했다. 그러나 요소는 물속에 넣으면 코를 찌르는 톡 쏘는 암모니아 냄새가 나기 때문에 적발되기 쉬웠고, 간단한 검사방법으로 바로 검출해낼 수 있어 부적합했다.


그 결과 요소는 새로운 대체물질로 떠오른 것이 멜라민이다. 멜라민의 질소 함량은 66.6%에 달해 완벽한 단백질 대체물질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또 멜라민은 동물실험 결과 식염과 비슷한 치사량을 보여 더욱 안심하고 사용 수 있었다.

사진출처= 중국 jmnews

이렇듯 중독현상이나 맹독성이 발견되지 않았던 멜라민은 사기꾼들이 '양심의 가책'을 덜 느끼면서 '가짜 단백질 우유'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중국에서는 아예 멜라민 찌꺼기를 압축한 알약인 '단백정'을 만들었고, 이 알약은 인기를 끌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하지만 이들이 간과했던 것은 장기간 멜라민을 복용하게 되면 신장결석, 방광결석이 나타나고 방광암으로 발전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물질은 어린 아이들이 주식으로 먹는 '분유' 속에 포함되면서 문제는 더욱 불거졌다. '단백정'은 용해도가 낮은 우유에 녹이기보다, 갈아서 무한정 넣을 수 있는 분유에 더 많이 투입돼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게다가 '멜라민 분유'는 초콜릿, 빵 등 각종 제과에도 섞여있어 신생아뿐만 아니라 성장기 어린아이들에게까지 피해가 급속히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국내 소비자의 불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네티즌들은 '제 2의 광우병 파동'을 우려하면서 국내 먹거리 안전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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