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상류층들 "아듀~ 럭셔리 라이프"

김유림 기자 | 2008.09.20 14:42

사치품 소비 급격히 줄어

뉴욕 웬체스터카운티에 거주하는 조언 애셔는 최근 자녀들에게 관례처럼 해 주던 코 성형 수술을 넷째 딸에게는 해주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16살 딸에게 "지금은 다른 코가 더 큰 문제란다"며 달랬다.

신용위기로 미국식 자본주의의 근간까지 흔들리는 위기를 겪자 뉴욕 부유층의 소비가 눈에 띄게 간소화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

영화 '내니 다이어리'에서 볼 수 있듯이 남편이 월가에서 일할 경우 부인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가사 도우미와 아이 양육 보조인(내니) 등을 두고 호사스런 소비를 즐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월가에 칼바람이 불어닥치면서 부유층들이 옷과 자동차, 고급 레스토랑, 성형 수술 등에 쓰던 지출을 급하게 줄이고 있다.

이 때문에 내니 알선 업체부터 보석상, 요트 판매사들에 이르기까지 뉴욕 부유층들을 주 고객으로 둔 업종들은 덩달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버진아일랜드에 본사가 있는 요트회사 노스롭앤존슨요트앤쉽의 캐슬린 물렌 이사는 이번주 2500만달러(한화 약 250억원)짜리 요트의 잔금을 내지 않는 고객과 실랑이를 벌였다. 물렌 이사는 "이 고객은 10% 잔금 지급을 연기해 줄 수 있겠냐고 사정을 얘기했는데 아예 구입을 포기할지도 고민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둔 캐롤 솔로몬은 내니 알선업체인 뉴욕내니센터에 좀 더 낮은 가격에 일할 수 있는 내니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주당 750달러에 일할 수 있는 내니를 겨우 찾았는데 "요즘 주변 사람들을 보면 모든 일을 마켓 상황에 따라 조절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통업체의 이사로 일하는 아네트 푸치는 50살 생일 기념으로 1만5000달러(1500만원)짜리 성형 수술을 계획했었지만 결국 1200달러(120만원)짜리 보톡스로 대신하기로 했다. 주식을 팔아 성형수술 비용을 댈 생각이었지만 주식이 급락하는 바람에 성형 수술은 무리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성형외과 전문의인 폴 로렌크씨는 최근 황당한 환자와의 상담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레스틸렌(보톡스제)을 반만 주사해 주고 반은 나중에 해 줄 수 없냐고 묻길래 거절했다"면서 "요즘은 상담하는 환자마다 월가 사정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요커들의 파티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벤트 회사인 밴윅앤밴윅의 브랜슨 밴윅은 "파티 기획을 아예 취소하거나 간소화해 달라는 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최근에 월가 금융회사 임원으로 65세 생일 파티를 맡겼던 한 고객은 메뉴를 캐비어와 송로버섯에서 와규 스테이크로 바꿔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캐비어와 송로버섯 가격이 와규 스테이크에 비해 훨씬 비싸기 때문이다.

부유층 고객들에게 맞춤 쇼핑을 제공하는 퍼스널쇼퍼들도 뉴욕의 변화된 분위기를 몸으로 느끼고 있다. 퍼스널쇼퍼인 패트리샤는 "한 고객은 최근 부인에게 줄 결혼 기념일 선물 예산을 5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줄여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미술품 경매시장에도 새로운 트렌드가 생기고 있다. 첼시아트갤럴리를 경영하는 닉 로빈슨은 "최소한 25만달러를 넘는 고가품들만 더 잘 팔리게 될 것"이라면서 "부유층들은 미술품을 투자 대상으로 여기기 때문에 중저가 미술품들은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만2000달러짜리 사진 작품을 구매하기로 했던 한 고객은 가치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며 주문을 취소했다고 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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