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N 코스피 이전의 정치경제학

머니투데이 전필수 기자 | 2008.09.22 09:11

코스피 이전 허와 실(상)

현대중공업, 기업은행, KTF, 강원랜드, 엔씨소프트, LG텔레콤, 아시아나항공.

한때 코스닥시장을 대표하다 코스피시장으로 떠난 종목들이다. 이중 현대중공업, 기업은행, 아시아나항공 등은 업종 특성상 코스피가 더 어울렸으나 정책적인 측면에서 코스닥시장에 일시적으로 머문 성격이 강했다. 그나마 기술주 기업으로 치던 KTF나 LG텔레콤도 대기업이란 이유로 면죄부(?)가 주어졌다.

그러나 코스닥 벤처기업의 대표업종 중 하나인 인터넷에서 시작해 2005년부터 부동의 대장주 자리를 지키고 있는 NHN의 이전은 얘기가 달라진다. 코스닥업계는 NHN이 이전하면 코스닥이 명실상부한 코스피의 2부리그 신세로 전락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수급개선 위해 코스피로...
NHN 황인준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주요주주인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대부분 코스피시장 이전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고, 기관들은 NHN이 더 이상 코스닥 대장주로서 갖는 상징적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본다"고 이전 검토 이유를 설명했다.

먼저 코스피로 옮긴 기업들과 똑같은 설명이다. 지난 2월 LG텔레콤도 "코스피로 가면 인덱스형 펀드 자금도 들어올 수 있어서 국내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인터넷 담당 애널리스트들도 NHN이 코스피시장으로 옮기면 수급 측면에서 개선이 가능하다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현재 주요 기관의 경우 포트폴리오 벤치마크 대상에서 코스닥시장은 비중이 매우 작고, 특히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 펀드에서는 아예 제외돼 있어 우량회사인 NHN의 경우 장기지분보유비율이 증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다.

◇ 실제 이전 효과는 글쎄...

그러나 엔씨소프트를 비롯해 먼저 코스피로 옮겨간 기업들을 보면 이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코스피시장으로 옮긴 26사중 22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이전 후에는 오히려 주가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이전기업들은 이전 공시후 이전 전일까지 주가는 평균 5.6% 상승했지만 이전 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90일 동안 14.2% 하락했다. 시장 지수와 비교해서도 13% 이상 초과 하락했다. 이전 후 90일 후 주가가 코스닥에 있을때보다 오른 기업은 22개 기업 중 7개 기업에 불과했다.


이전 후 기관과 외국인의 투자 증가로 유동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대에 못미쳤다. 코스피 이전으로 일평균 거래대금과 시가총액 회전율이 증가한 기업은 각각 14개사와 13개사였다. 거래대금은 8개사가 시총 회전율은 9개사가 감소했다.

장기투자의 잣대인 외국인지분율만 봐도 NHN이 소외받고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약하다. 지난해 10월초까지 55%나 되던 외국인지분율이 최근 48%대까지 줄었지만 외국인은 최근 코스피와 코스닥을 가리지 않고 한국주식을 팔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도 48%대에서 42%대로 줄었다.

수익성과 자산가치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주는 PER(주가수익배율)과 PBR(주가순자산배율)도 NHN은 24.43배(PER)와 15.19배(PBR)로 11.26배(PER)와 1.84배(PBR)의 삼성전자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 유사한 업종의 엔씨소프트(PER 20.16배, PBR 2.09배)와 비교해서도 압도적인 프리미엄이다.

◇ 진짜 이유는 주가하락?

이런 상황에서 코스닥 대표주자인 NHN이 굳이 코스피로 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고점대비 반토막 난 주가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한때 14조원이 넘던 시총은 7조원선마저 무너지는 게 예사다.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임원을 지낸 신임 CFO가 기관들의 요구에 솔깃해 질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LG텔레콤이 코스피 이전을 발표한 2월 상황도 주가가 7000원대로 밀리는 등 2006년 초 이후 최저가 수준으로 떨어진 시점이었다.

기관투자가들에게는 코스피 이전 효과가 장기적으론 없다지만 이전한다는 얘기만으로 단기간은 주가가 반등하는 점만으로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연일 하락하는 시장에 지친 기관 입장에서 일단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재료가 나오는 것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NHN에 대한 식지 않는 '러브콜'을 보낸 애널리스트들 입장에서도 일단 수급개선 효과만이라도 기대할 수 있는 코스피 이전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인터넷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30만원대 목표가를 오랫동안 고수하며 국내외 기관에 NHN을 세일즈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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