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도시의 문화ㆍ예술 갈증에 단비를 내리다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8.09.27 04:00

[머니위크]기업 사회공헌 현장을 가다/ 현대중공업


“지방에서도 세계 거장을 한 눈에 만날 수 있다고?”

울산에 위치한 현대예술관은 지방 공연의 중심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07년 5~6월 열린 ‘이탈리아 판화 400년展’에서는 지방전시 유료관객 최다인 2만7000여명이 다녀갔다. 지방에서 국제미술전이 열린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기도 하지만 최다관객 동원은 기대 이상이었다.

르네상스시대를 풍미했던 3대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의 작품들은 울산시민의 눈높이를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당시 이 전시회를 통해 지방 전시문화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9월 5일부터 87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간 ‘세계미술거장전’은 1주일만에 관객 1000명을 돌파하는 등 지방 최다관객 기록을 한번 더 경신할 기세다. 이탈리아 판화 400년展이 초반에 고전한 것에 비하면 훨씬 고무적이다.

현대예술관 관계자는 “지난해 이상의 파급력을 갖고 있다”면서 “세계미술거장전을 계기로 현대예술관이 울산 경남지역 예술의 중심에 확고하게 서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대예술관은 시기적으로 문화와 예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가을에 전시회를 여는데다 국내에서 만나기 힘든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11월 말까지 4만명의 관객이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대예술관은 이번 세계미술거장전을 통해 피카소, 달리, 마네 등 19세기 인상파와 20세기 팝아트 작가로 명성 높은 리히텐슈타인, 앤디워홀 등의 작품 12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말년에 판화 제작에 몰두해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긴 파블로 피카소의 작품들과 ‘행복한 눈물’로 관심을 모은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현대 판화까지, 판화가 지닌 재미와 개성, 다양한 기법들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특별히 함께 초청된 스페인 작가방과 라틴 대가의 방에서는 로베르또 마따 등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제3세계 대가들의 작품을 국내 최초로 맛보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전시기간 중인 10월25일에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훼르난도 디에즈 박사의 ‘판화와 컬렉션’과 울산대학교 임영재 교수의 ‘작가와의 대화’라는 주제의 특별 세미나도 열린다.

판화를 직접 제작해 보는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고 도슨트(작품해설가)의 해설과 어린들이 쉽고 재미있게 관람을 즐길 수 있는 퀴즈형식의 전시체험 테스트 등 풍부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도 준비돼 있다.

◆ 산업과 문화예술의 균형발전을 꿈꾼다

현대중공업은 1972년 창사 이후 지역의 사회공헌활동에 꾸준한 노력해왔다. 초창기만 해도 영화 상영이나 공연 무료관람, 백일장, 사생대회, 주민노래자랑, 봉사단 운영, 하계휴양소 운영, 문화예술 취미써클 지원 등 일차원적 활동이 주를 이뤘다.


근로자들과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안정되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 차원 높은 문화예술적 요구가 생겨났다. 1991년 현대예술관 등 7개 문화센터를 건립하면서 현대중공업이 문화예술을 사회공헌 포커스로 잡기 시작했다. 특히 현대예술관은 고품격 공연과 전시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울산의 대표적인 아트센터로 자리 잡았다.

현대예술관은 품격 있는 공연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유료화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초대권을 발행하게 되면 그 효과는 크게 떨어진다. 민간이 운영하는 문화공간으로 초대권을 발행하는 대신 저렴한 입장가를 유지한다. 공연의 경우, 서울 공연과 비교해 70%선에서 입장료를 책정한다. 아무리 고급 공연이라 할지라도 B석은 1만원을 넘지 않도록 금액을 정했다.

한마음회관은 전국 최대의 평생학습센터로, 문화센터는 유아스포츠단에서 노인대학까지 교양, 여가, 취미를 고려해 초보자에서 고급자 수준의 아카데미 과정을 개설해 지역 내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메세나 활동을 추진함에 있어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업이 문화예술 사업을 전개하려면 많은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이라는 지리적 여건은 영업동력비, 체제비, 운송비, 교통비, 세금 등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서울 수준의 고품격 공연을 고집한다. 현대중공업 특유의 뚝심 덕분에 메세나 활동에서도 놀랄만한 성과를 이끈 것으로 평가된다.

◆ 메세나 활동으로 기업 이미지 쑥~

현대중공업의 메세나 활동의 폭은 넓은 편이다. 초기에는 지역의 열악한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는데 주력했으나 차츰 저변을 확대해 고품격화와 상류사회 지향에 노력하고 있다. 접근성 높은 지역에 건립한 문화시설로 현대예술관을 비롯해 한마음, 미포, 동부, 서부, 대송회관이 있다.

문화소외지역을 배려한 찾아가는 음악회, 산업현장의 현장콘서트, 장애인 및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 초청음악회, 한여름밤의 꿈, 한가족축제, 찾아가는 영화제, 환경문화영화제, 썸머뮤직캠프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 대보름 및 단오절에는 민속공연을 연다.

특히 올해 들어 1000원으로 고급 공연을 감상할 수 있는 ‘행복한 음악회’는 반응이 폭발적이다.

현대중공업이 문화활동에 공을 들이자 기업과 지역의 변화도 생겨났다. 1980년대 노사갈등에서 탈피해 14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할 정도로 노사관계가 안정된 것도 메세나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

복지문화 정착으로 대외신인도에 기여한 것과 고객들에게 훌륭한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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