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조달러 MMF "건드리면 터진다"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9.19 09:36

(종합)

미국채, 은행 예금 다음으로 안전한 투자상품으로 꼽히는 머니마켓펀드(MMF)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고있다. 정부의 시장안정 의지, 부실정리공사 설립 기대, 국제은행간 공조 등으로 18일(현지시간) 미증시는 급하게 반등했지만 MMF에 대한 환매는 멈추지 않았다.

MMF의 손실은 리먼 브러더스의 갑작스런 파산 신청으로, 리먼의 단기채권 가치가 공중분해됐기 때문이다. MMF는 통상 만기 3개월 가량의 우량 증권에 투자해 안정성을 추구한다.

최고 역사를 지닌 MMF인 리저브 프라이머리 펀드의 손실을 고백한 리저브 매니지먼트는 자사의 모든 MMF 펀드에 대한 판매를 중단했고, 환매를 연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환매중단은 최대 7일간이다. 프라이머리 펀드가 지난 16일부로 마이너스 손실을 입자 고객들의 환매가 쇄도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조치에 따라 리저브의 21개 MMF와 2개의 '인핸스드 캐시펀드'에 대한 판매 및 환매가 중단됐다. 규모는 860억달러다.

프라이머리 펀드는 리먼 브러더스 단기증권에 투자했다 뜻밖의 청산에 손실을 입고 급기야 순자산가치가 액면가(1달러) 아래로 떨어지는 역사적인 '사고'를 냈다. 안정성이 최고라는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이다.

MMF 손실은 1994년 캘리포니아 오렌지 카운티 파산 이후 처음이다. 리먼 채권 투자규모는 7억8500만달러였다. 고객들은 648억달러 규모의 이 펀드에서 지금까지 60%를 회수해갔다.

리저브 펀드에 이어 미국 2위 커스터디 은행인 뉴욕멜론 은행이 운용하는 '준' 머니마켓펀드(MMF)도 손실을 입었다. 역시 리먼 채권 투자가 문제였다.
뉴욕 멜론 은행은 이날 220억달러 규모의 BNY 인스티튜셔널 캐시 리저브 펀드의 가치가 지난 16일 주당 0.991달러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손실이 발생하자 멜론은 리먼 채권을 따로 떼어내는 조치를 취했다. 리먼 채권은 전체 자산의 1.13%에 달했다.

기관들이 투자하는 BNY 펀드는 MMF로 등록된 펀드는 아니지만 MMF 관리 감독 규정에 준하는 운용을 하며 MMF와 같은 수익을 추구한다. 이 펀드의 자산은 멜론은행으로부터 주식을 빌린 기관들이 담보로 맡긴 현금이 바탕이다. '피'같은 기관 돈에 손실을 끼친 것이다.


연이은 MMF 손실 파장은 컸다. 푸트남 인베스트먼트는 123억달러 규모의 프라임 머니마켓펀드를 폐쇄했다. 손실을 입지 않았는데도 고객들이 자금을 빼간 것이다. 이 펀드의 순자산가치는 액면가인 1달러였다. 푸트남은 투자자들에게 현금을 모두 돌려줄 것이라고 했다.

조사기관인 머니펀드 리포트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17일 하루에만 892억달러의 자금을 MMF에서 빼갔다. 전체 MMF 자산은 2.6% 감소한 3조3500억달러였다.

감독당국과 투자자들은 MMF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은행 보험 투신 증권 등 금융기관은 물론 연기금 나아가 일반기업들까지 애용하는 자금시장이 리먼 파산을 계기로 자칫 큰 혼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MMF시장의 경색은 자금시장 경색, 금융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 뉴욕멜론 은행이 개장초 36% 떨어졌고, 유사한 영업을 하는 스테이트스트리트는 50% 넘게 급락했다. 연쇄적인 펀드 손실이 우려된 것이다. 물론 오후들어 낙폭은 줄었고 10% 이내의 하락률로 거래를 마쳤다.

PNC 웰스매니지먼트의 윌리엄 스톤 수석투자전략가는 "MMF는 달러를 넣고 빼는데 가장 안전한 상품으로 꼽힌다. 이 펀드가 손실이 났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손실이 확산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안전성만 믿고 투자했는데, 손실을 입은 MMF가 속속 등장하자 투자자들은 뒤통수를 얻어맞았다는 표정이다. 리저브 펀드 고객들은 운용사가 규정을 어기고 위험이 큰 리먼 채권에 대거 투자해 자산의 손실을 가져왔다며 회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