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년에 꼬인 부시 대통령 "월가를 어이할까"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9.19 08:34
11월 대선이 50일도 채 안남은 현재, 말년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으로 세계 평화를 지킨다'는 거창한 명분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미국의 자존심, 미국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월가 금융권이 모기지증권 손실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베어스턴스와 메릴린치는 매각됐다. 빅5중 살아남은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를 보는 시장의 시선은 냉혹하기만 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들이 주도한 금융위기를 구제하느라 여념이 없다. 월가 은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고치는 것은 물론 국민의 혈세를 대규모 투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그만큼 사정이 촉박한 것이다.

지난 3월 베어스턴스 매각 당시만해도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서 금융위기에 대한 큰 걱정과 고민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리먼이 망가지고 최대 보험사인 AIG까지 자체 생존이 어려운 여건에 처하면서 아예 연설과 일정의 대부분을 금융 안정에 쏟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성명을 내고 미국의 금융시스템을 흔드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인들이 금융시장과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에 공감한다"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개선시키고 금융시장을 안정 및 강화하는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연설은 지난 15일에 있었던 150단어 연설 이후 사흘만이다. 금융위기에 대한 대중 연설로는 사실상 처음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야당은 여전히 부시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너무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의 민주당 의원은 이날 "부시가 1분동안 나와 별로 말한 게 없다. 그는 자신의 실패한 정책으로 '인간이 만든 재앙'을 미국인에게 끼친 것을 사과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신용위기가 갈수록 증폭됨에 따라 부시 대통령의 일정은 월가로 쏠릴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은 연설 도중 예정된 앨라배마와 플로리다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는 사실을 언급한 뒤 "워싱턴에서 계속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경제보좌관들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과 정부가 당분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역량을 집중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 덕인지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이날 400포인트 올랐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헨리 폴슨 재무장관 등 최고 금융당국자 및 전문가들과 45분간 협의를 했고 오후에는 금융위기 대처 문제를 논의한다.

미정부는 패니매와 프레디맥에 대한 2000억달러 구제금융, 리먼 청산, AIG 긴급 자금 지원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해왔다.

급기야 미국의 CNBC방송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금융권의 부실 채권을 매입하는 정부 기관 설립을 고려하고 있다고 익명의 월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폴슨 장관이 이같은 방안을 들고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1989년 저축대부업체(S&L) 사태를 해결한 정리신탁공사(RTC)와 유사한 기구의 설립이 임박했다고 월가는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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