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의원이라면 한번 하기도 어려운 일을 그는 7번 했다. 실상을 파악하려면 현장으로 가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수년 간의 기자 생활로 몸에 밴 습관이기도 하다.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은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그를 국감 우수의원으로 뽑았다.
그런 이 의원이 18대 국회의 첫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을 맡았다. 이제 그의 현장은 농어촌이다. 이 위원장은 최근 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이끌고 한우 농가를 방문했다. 부인과 함께 농협 하나로마트도 둘러봤다. 농식품위 최대 쟁점이 농수산물 유통구조 혁신이기 때문이다. 농촌 회생도 거기서 출발한다는 생각이다.
"하나로마트는 농어민과 직거래하기 때문에 신선하고 값싼 농산물이 들어옵니다. 집사람도 품질, 가격 면에서 모두 좋게 평가했어요. 하지만 하나로마트는 흑자가 아닙니다."
생산자를 우대하면서도 다른 민간 유통회사들과 경쟁해 수지를 맞춰야 한다는 점이 농수산물 유통 개선의 화두다. 이 위원장은 "어려운 일"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방법을 찾아내겠다는 각오다.
농식품위는 23일 농식품부, 농·수협, 농수산물유통공사를 모두 불러 간담회를 연다. 하루 전인 22일에는 각 기관별로 사전 간담회를 갖는다. 기관별로 각각 다른 입장을 조율해 대타협을 이뤄내겠다는 것. 이 위원장은 "농업이 미증유의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며 "어려운 과제지만 이번에 해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충정을 갖고 일하면 그 흔적이 분명하게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재치와 유머감각이 남다르다. 지난 2005년에는 한 TV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그를 포함해 의원 100여명이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이 위원장은 이 때 "정치인의 장기도 받아주느냐"고 말해 화제가 됐다. '정치는 썩었다'는 인식을 비틀어 던진 유머였다. 이 한 마디가 이날 서약식을 상징하는 '어록'이 됐다.
그는 "국민들의 일반적인 감성을 정치인들이 감수성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그런 데서 국민들에게 작은 위로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치는 의무"라며 "내용으로 국민들에게 도움을 드려야 하는 의무가 있고 외형으로는 국민들에게 신뢰나 유쾌함을 드려야 하는 의무도 있다"고 밝혔다.
언론사에서 오랜 기간 정치부 기자로 일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을 알게 됐고 이 인연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대변인을 여러 번 하면서 간결하고 인상적인 논평으로 주목받았다. 의정활동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18대 총선까지 3선에 성공했다.
△전남 영광(56세) △광주 제일고, 서울대 법대 △동아일보 기자·동경특파원·논설위원 △16~18대 의원(전남 함평·영광·장성) △국회 미래한국헌법연구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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