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컨설팅의 '위험한 머니게임'

머니위크 이재경 기자 | 2008.09.25 16:14

[머니위크]21세기컨설팅 자금유치 불법 '유사수신행위' 논란


부동산개발사업을 내걸고 수천명의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수천억원대의 돈을 끌어모은 21세기컨설팅. 이 회사의 자금유치 방식을 놓고 유사수신행위 논란이 일고 있다.

머니위크가 21세기컨설팅의 투자금 모집 방식에 대해 시중은행 법무팀 등의 법률 전문가와 금융감독당국에 자문을 구했다. 결론은 유사수신행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유사수신행위란 금융관계법령에 의한 인가나 허가 등을 받지 않고 불특정다수로부터 출자금 또는 예금 등의 명목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금융감독당국 과 사법기관에서는 이같은 불법 유사수신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그동안 적발된 유사수신업체들을 보면 대부분 사업성이 불투명하고 수익성이 미미해 투자자에 대한 고수익 보장이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시중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고 현혹해 투자자를 모집한 다음 먼저 참가한 투자자에 대한 고리의 수익금을 나중에 참가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보전해 주는 방식으로 불법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전문가들, "21세기컨설팅, 유사수신 맞다"

머니위크가 21세기컨설팅에 대해 유사수신행위 가능성을 제기했을 때 이 업체가 들고나온 것은 '금전소비대차계약서'였다.

금전소비대차계약서는 일종의 대출약정서다. 투자계약서를 통해 투자금 명목으로 자금을 모은 것이 아니라 대출형식이기 때문에 수신(예금)이 아니라는 것이 이 업체의 주장이다.

이 업체의 금전소비대차계약서에는 보통 1년 또는 2년의 약정기간과 연 20%의 이자율 등과 같은 조건이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법률전문가들과 금융감독당국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자금모집방식'이라며 의아해 하면서도 유사수신 가능성을 강력히 지적했다.

A은행 준법지원부의 O 팀장(변호사)은 "외형적으로는 금전소비대차 형태지만 실제로는 투자금을 유치한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B은행의 J 변호사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유사수신 형태는 출자금, 예금, 적금, 부금, 예탁금 등"이라며 "하지만 실제 법률적 판단은 이보다 다양한 형태가 많으며 이런 형식이 아니라도 실제로 투자금을 받은 것이면 유사수신으로 처벌한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J 변호사는 "심지어 다단계 판매회사가 물품판매대금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받고 이를 통해 투자금을 받은 행위도 지난해 대법원에서 유사수신행위로 판결난 바 있다"며 "금원을 지급받는 형태가 무엇이냐라는 점보다 투자금을 받고 그 이상의 수익을 약정한 정황이 확실하다면 유사수신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C은행 준법지원부의 K 부장(변호사)은 "금융감독당국이나 사법기관에서 판단해봐야 하겠지만 원래 의도가 유사수신에 대한 혐의를 피하기 위해 우회적으로 한 것이고 결과적으로 수신행위에 해당한다면 유사수신으로 판명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사수신에 해당하기 위한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원금을 보장하고 수익까지 약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21세기컨설팅측은 대출을 받은 것이기 때문에 원금보장이나 수익약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B은행 J 변호사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J 변호사는 "금전소비대차계약서 상에 '원리금 지급을 한다'는 조항이 있지 않느냐"며 "이자율이 연 20%면 시중금리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보장하는 것 아니냐. 업체가 원금보장 조항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돈을 안갚겠다는 소리냐"라고 반문했다.

금융감독당국의 지적은 좀 더 구체적이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2조 2항에 정의된 유사수신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법률 2조는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4가지 정의를 내리고 있으며 2항에는 예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수입하는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예금도 회계상으로는 은행의 부채로 계상된다"며 "투자자들로부터 대출을 받은 것 또한 회사의 부채로 남기 때문에 같은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1세기컨설팅이 금전소비대차계약을 통해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최대 얼마만큼의 자금을 끌어 모았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재무제표상에서 일부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21세기컨설팅이 설립한 21세기티앤디의 경우 재무제표상 단기차입금에서 연 20%의 약정이자율로 차입한 규모가 지난해 말 현재 175억여원이다.

감사보고서에서도 '개인투자자들로부터의 차입금에 대해 금전소비대차계약서상 20%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약정돼 있다'고 적시하고 있다.

21세기티앤디는 평창(생명의 숲 조성), 울진(밀레니엄파크 조성), 횡성(골든에이지타운 조성) 등 사업을 위해 21세기컨설팅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다.

21세기컨설팅에서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을 유치하면서 이처럼 금전소비대차계약을 맺는 경우가 있으며 일반적인 부동산개발사업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

부동산개발사업계약의 경우 사업기한을 잔금일로부터 3년으로 잡고 사업이 이보다 지연되는 경우 연 10%의 지연배상을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이에 대해서도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2조 1항에 있는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수입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연 10%의 지연배상금이 출자금을 초과하는 금액이라는 설명이다.

◆과거 처벌받았지만 여전히 영업 지속

21세기컨설팅은 과거 유사수신행위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 회사다. 2002년 대표이사 등이 구속돼 수사를 받았으며 결국 유죄를 확정 받은 바 있다.

1심과 2심에서 유죄가 인정됐으며 이 회사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당시 처벌은 대표이사에 대해 징역 1년6개월 및 집행유예 2년 등이었다.

당시 판결문상의 범죄사실이나 법적판단 내용을 보면 현재의 영업행위와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2심 판결에서 밝힌 범죄사실을 보면 "'부동산개발 투자금으로 돈을 투자하면 1년 후에 투자 원금에 연 25%의 수익금을 더하여 지급하고 3년 경과 시까지 사업이 완료되지 않으면 원금대비 연 10%를 지연배상금 명목으로 추가 지급한다. 담보로 경북 00군 00읍 00리 소재 임야를 가등기해 준다'는 취지로 투자를 권유하여 김00으로부터 출자금 명목으로 1000만원을 교부받은 것을 비롯하여 2001년 5월23일경부터 같은 해 12월31일까지 사이에 총 198명을 상대로 도합 54억5475만원을 출자금 명목으로 교부받아 장래의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불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수입하는 행위를 업으로 함으로써 유사수신행위를 하였다"고 적시하고 있다.

현재의 영업과 당시의 영업형태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 판결 이전에는 '환금형'으로 투자자를 모집했고 지금은 '금전소비대차계약'이나 '부동산개발사업계약'을 통해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2심 판결에서의 법리판단은 "사업수행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출자금 명목으로 금전을 수입하는 행위를 반복적, 계속적으로 하였다면 이는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당시 21세기컨설팅측에서는 "부동산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투자금을 받고 개발기간이 경과하면 환지를 매각해 그 매각대금을 돌려주는 부동산투자사업을 영위한 것"이라고 항변했었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부동산개발회사의 금전수입행위라 하여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금지하는 유사수신행위에서 제외할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 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투자자들 묵인 속 꾸준히 '활개'

사업약정기간인 3년이 지나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투자자들이 투자자금을 돌려받고 싶어도 21세기컨설팅이 반환을 거부하면 투자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투자금반환소송까지 치달은 사례도 수없이 많다.

이처럼 피해자들이 늘고 있음에도 21세기컨설팅이 수사를 받았던 지난 2002년 이후 6년이나 비슷한 형태의 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투자자들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금융감독당국의 해석이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유사수신으로 인한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많은 유사수신 혐의업체를 적발해 경찰청에 통보하고 있지만 수사기관에서도 수사에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며 "투자자들은 회사가 망하기라도 하면 기왕에 넣은 투자금 모두를 잃어버릴 것을 염려해 수사에 협조를 안하거나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수사당국에 고소 고발을 하는 것이 좋지만 이 역시 기대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며 "결국 피해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크게 양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최종판단은 결국 법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금융감독당국이나 수사당국에서 내릴 수 없는 결론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고발이 없다면 유사수신행위인지에 대해 정확히 판단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
[제정 2000.1.12 법률 제6105호]

제1조(목적)이 법은 유사수신행위를 규제함으로써 선량한 거래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금융질서를 확립함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유사수신행위"라 함은 다른 법령에 의한 인가·허가를 받지 아니하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아니하고 불특정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

1.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출자금을 수입하는 행위

2. 장래에 원금의 전액 또는 이를 초과하는 금액을 지급할 것을 약정하고 예금·적금·부금·예탁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수입하는 행위

3. 장래에 발행가액 또는 매출가액 이상으로 재매입할 것을 약정하고 사채를 발행하거나 매출하는 행위

4. 장래의 경제적 손실을 금전 또는 유가증권으로 보전해 줄 것을 약정하고 회비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수입하는 행위

제3조(유사수신행위의 금지) 누구든지 유사수신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4조(유사수신행위의 표시·광고의 금지) 누구든지 유사수신행위를 하기 위하여 불특정다수인을 대상으로 그 영업에 관한 표시 또는 광고(표시·광고의공정화에관한법률에 의한 표시 또는 광고를 말한다)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제5조(금융업유사상호 사용금지) 누구든지 유사수신행위를 하기 위하여 그 상호중에 금융업으로 인식할 수 있는 명칭으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명칭을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

제6조(벌칙) ①제3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제4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제5조의 규정에 위반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7조(양벌규정)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사용인 기타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6조의 위반행위를 한 때에는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동조의 벌금형을 과한다.

부칙 <제6105호, 2000.1.12>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