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윤우式 경영, 베일 벗다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08.09.19 08:51

자체 성장· M&A 병행…과시보다 실속위주 경영

삼성전자가 이윤우 부회장 취임 이후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자체 성장과 동시에 인수합병(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데다 보다 내실을 기하는 모습이다. 이윤우식 경영의 실체가 조금씩 베일을 벗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5월 이 부회장 취임 이후 삼성전자의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성장 전략의 변화다. 자체 성장 중심에서 M&A를 병행하는 전략이다. 최근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세계 최대의 플래시 메모리카드 업체인 미국의 샌디스크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전임 경영자 시절이던 지난해 말 이스라엘의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 '트랜스칩'을 인수하기는 했지만 규모는 샌디스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샌디스크 인수 예상 금액은 58억 달러 이상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였던 두산의 '밥캣' 인수(48억 달러)보다도 10억 달러 이상 많다.

과거 같으면 삼성전자는 이 돈을 자체 설비투자에 투입했을 테지만 외부 차입을 통해서라도 인수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자세다. 이밖에도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이 비메모리반도체 업체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계속 돌고 있다. 권오현 반도체 총괄 사장도 "기회가 된다면 비메모리 업체를 인수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힌 바 있다.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우수한 기업들이 싼값에 매물로 나오고 있는 특수한 시장 상황도 반영된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외 전문가들도 '삼성전자가 성장 전략에 있어 좀 더 유연해 졌다'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90년대 실행했던 몇 건의 해외 M&A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그동안 자체 성장에 주력해 왔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겸 CEO.


이 부회장의 취임 이후 달라진 삼성전자의 또 다른 모습은 '실속'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8년간 지속돼 온 '황의 법칙' 입증의 포기다. '황의 법칙'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력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최근 '황의 법칙' 입증에 쏟을 역량을 낸드플래시의 원가 절감에 투입키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쇼업(Show Up)보다는 프랙티스(Practice)에서 초점을 맞춘 전략 변화"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또 샌디스크 인수를 위해 10년간 지켜 온 '무차입 경영'도 포기하기로 했다. 샌디스크 인수에 필요한 58억5000만 달러 중 일부는 외부에서 차입키로 한 것. 삼성전자는 무차입 경영을 원칙으로 삼았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 10년간 본사 차원에서 외부 돈을 끌어다 쓴 적이 한번도 없었다. 증권가에서는 "이자 비용보다 높은 이익을 올릴 수 있다면 차입을 하는 것이 옳다"며 삼성전자의 무차입 경영 포기에 대해서도 의미를 부여했다.

이밖에도 삼성SDI의 PDP 사업부를 삼성전자가 맡아서 운영키로 한 것이나,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각각 벌여왔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부를 통합해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키기로 한 것 등은 내부 경쟁을 통해 성과를 높이던 방식에서 협력을 통한 효율과 시너지 창출로 효율적인 조직 운영으로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취임사에서 "사내 부서간 협력을 강화하고 외부와의 협조를 통해 새로운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물론 이 부회장이 취임한 지 겨우 4개월여가 지난 시점이라 최근의 변화만으로 이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유럽에 이어 지난 17일 북미 지역 사업장 점검에 나선 것처럼 자신의 눈으로 삼성전자 곳곳을 직접 둘러본 후 자신만의 경영을 시작할 것이며 아직은 '변화'가 시작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삼성 내부에서만 아니라 외부에서도 삼성전자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삼성 출신의 한 애널리스트는 "적극적인 M&A 시도, 황의 법칙이나 무차입경영의 포기 등은 삼성전자가 과거와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의미있는 변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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