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 전세?…1인가구 고민의 계절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08.09.25 04:00

[머니위크]찬바람 부동산시장 새 풍속도

내집 살까? 전세 살까?

기러기아빠, 싱글족, 독거노인, 자취생, 돌싱(돌아온 싱글, 이혼한 남녀를 칭함) 등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이들의 주거선택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무리를 해서라도 서둘러 집을 장만하는 게 현명한 것 같기도 하고, 주택경기도 안 좋은데 차라리 속 편하게 살면서 다음 기회를 엿보는 게 옳은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러기아빠인 정정래(49) 씨는 미국으로 유학 간 딸과 뒷바라지를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는 아내에게 매달 3000달러를 송금한다. 빠듯한 월급에서 매달 수백만원을 보내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환율 급등으로 20만~30만원이 더 들어가면서 이마에 주름 하나가 더 늘었다.

정씨는 마이너스통장과 기타 채무부담 때문에 결국 혼자 살던 오피스텔을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중개업소에서는 "그나마 역세권 오피스텔이라 제 값을 받지, 아파트였으면 팔리지도 않는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해준다.

빚을 갚고 남은 금액은 9000만원 남짓. 여기서부터 정씨의 고민은 시작된다. 부담스럽지만 남은 돈으로 주택을 구입해야 할지, 전세로 돌아가야 할지 쉽게 결정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내 집이 있어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을 듣자니 출퇴근에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주택 구입에 무게가 실린다.

10월 초 분가를 앞두고 있는 김일환(34) 씨도 새 집을 알아보느라 주말에도 바쁘다. 김씨는 주거목적용 자금으로 1억2000만원을 갖고 있지만 집을 사지는 않을 생각이다. 집값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주택가격이 떨어지는 것도 주택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차라리 속 시원하게 전세살이를 하면서 기회를 보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서부터 강남에서 자란 김씨는 편리하고 익숙한 이곳을 떠나기 보다는 전세살이를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해 전망 좋은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를 중심으로 물건을 찾고 있다.

◆늘어나는 1인가구, 고민은 늘어

서울시가 펴낸 2008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서울시내 324만8249가구 가운데 1인가구는 76만8457가구로 22.4%에 달한다. 서울시내 다섯집 중 한집은 1인가구인 셈이다.

이렇게 1인 가구가 크게 늘면서 내집 마련에 대한 생각도 나뉘고 있다. 전세를 살더라도 주거환경이 좋은 신축건물 쪽으로 눈을 돌리는 부류와 조금은 힘들어도 꼭 내집 마련을 위해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그것. 옛날 같으면 내집마련이 무조건 최우선 목표였겠지만 지금은 세태가 많이 달라졌다.

전세론자는 현재 부동산 버블론을 근거로 ‘더 폭락할 부동산에 내 돈을 묻어둘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 내집예찬론자는 'IMF 사태때 폭락후 폭등했던 한국의 부동산 상황'을 예로 들며 부동산 불패론을 내세우고 있다.

양쪽의 주장 모두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어 5000만~1억5000만원 정도의 주택구입 가능자금을 갖고 있는 주택 수요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1인가구의 특성과 자신의 성향에 맞게 주택구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양지영 내집마련정보사 팀장은 “청약제도가 청약가점제로 바뀌면서 부양가족수, 무주택기간 등에서 밀려 높은 가점을 받기 힘든 1인가구는 유망한 지역에서 당첨되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힘들어졌다”면서 “이런 상황에도 집을 갖고 싶다면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소형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의 매입을 고려하고, 전세 수요자들은 주변 편의시설 등이 잘 갖춰진 곳을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1억원으로 수도권 내집 찾기

1억원 안팎의 돈을 갖고 수도권에서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는 쉽지 않다. 이 정도 금액으로 수도권에서 내집을 마련하려면 그만한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투자 금액이 적은 만큼 집이 좁아지고 대출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급매물 위주로 발품을 팔다보면 간혹 '흙속의 진주'를 찾을 수도 있겠다. 우선 다음의 경우를 살펴 보자.

◇당산동2가 대우메종리브르 = 1999년 1월에 입주했고 2개동 536가구로 구성돼 있다. 교육시설로는 문래중학교, 문래초등학교, 관악고등학교 등이 있고, 편의시설로는 삼성홈플러스, 건양병원 등이 있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5호선 영등포구청역이 도보 6분 거리다. 46㎡(전용 31㎡)의 매매가는 1억~1억2천만원이고, 전세가는 7500만~9000만원이다.

◇용산구 원효로3가 e-태크밸리 = 2003년 8월에 입주했고, 144실로 구성돼 있다. 지하철 1호선 용산역이 걸어서 10분 거리다. 56㎡는 1억2000만~1억2500만원 수준. 최근 강남, 여의도, 용산, 상암 등에서는 공급 물량 부족으로 오피스텔이 상한가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3년까지는 공급물량이 많지 않아 당분간 인기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광명시 하안동 하안주공1단지 =13개동 198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다. 1989년 11월에 지어져 리모델링을 추진 중에 있다. 지하철 7호선 철산역이 걸어서 15분 거리로 다소 멀지만, 단지 바로 옆으로 광명 경전철이 올 연말에 착공할 예정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시세는 52㎡는 1억4000만~1억5000만원이고, 전세는 7000만원 정도에 형성돼 있다.

◇인천 부평구 부평동 쌍용플래티넘 = 지상 18층 272실로 구성돼 있고, 2004년 3월에 입주했다. 인천 지하철 1호선 부평구청역이 걸어서 2분 거리로 초역세권이라는 메리트가 있다. 56㎡의 시세는 7500만~7600만원선이다.

◇인천 부평동 현대더로프트 = 올 3월에 입주한 새 오피스텔이고, 인천1호선 부평역이 걸어서 1분 거리라는 두가지 장점이 있다. 특히 부평역 인근은 상권이 잘 형성돼 있어 오피스텔 수요자가 풍부하다. 52㎡는 7800만~8200만원선.

◆마음에 쏙 드는 전세 물건 찾기

부동산시장에 찬바람이 불면서 내집 마련에 뜻을 잃은 사람들도 늘었다. 이들은 같은 가격이면 전세라 할지라도 녹지, 문화센터, 생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집을 선호한다. 집이 깨끗하고, 다소 넓으면서 출퇴근이 쉬운 교통여건을 갖춘 곳이라면 안성맞춤이다. 이런 곳은 대체적으로 오피스텔이 많다.

◇강남구 삼성동 선릉LG에클라트 = 15층 336실로 구성돼 있는 오피스텔이다. 2004년 7월에 입주했다. 주변에 아셈타워,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코엑스몰, 강남병원 등 편의시설이 인접해 있다. 분당선과 지하철 2호선 선릉역이 걸어서 4분 거리로 교통여건도 좋다. 66㎡의 전세는 1억~1억2000만원.

◇서초구 서초동 대우디오빌서초 = 20층 380실로 구성돼 있다. 2004년 12월에 입주했다. 지하철 3호선 양재역이 걸어서 5분 거리다. 인근에 한국전력문화센터, 예술의 전당,강남문화회관, 서초구청 등이 있다. 59㎡의 전세는 9000만~1억원.

◇송파구 신천동 현대아이스페이스 = 27층 126실로 구성돼 있고, 2001년 5월에 입주했다. 교통여건이 매우 좋은 편이다. 지하철 2호선 성내역이 걸어서 5분, 8호선 몽촌토성역이 걸어서 8분 거리다. 인근에 롯데백화점, 롯데월드, 서울아산병원 등이 있고, 올림픽공원과 한강시민공원도 인접해 있어 생활환경도 좋다. 79㎡ 전세는 8000만~9000만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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