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 리먼, AIG 해법 왜 다른가?

머니투데이 박동희 MTN 기자 | 2008.09.17 18:24
미국의 투자은행, 보험사, 모기지업체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미국 정부는 이들 회사마다 각기 다른 처방을 내놓고 있다.

패니매와 프레디 맥은 정부가 지분을 사들이는 국유화 절차를 밝고 있고, AIG도 정부가 850억달러의 긴급 자금을 제공하는 대신 주식의 79.9% 보유함으로써 정부 관리 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 정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하진 않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메릴린치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국내외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반면 정부의 이렇다할 구제책 없이 베어스턴스와 리먼 브러더스는 파산했다.

시장 영향력이 다르다

이처럼 미 정부의 각기 다른 대응은 회사마다 금융시스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크고 작음에 따라 달라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AIG가 보증하는 신용파생상품만 해도 4600억달러로 추정된다”며 “AIG가 파산했을 경우 신용파생상품 시장의 큰 혼란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이어 “채권투자를 많이 한 리먼 브러더스는 신용파생상품 시장에서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았다”며 “이와 달리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의 경우엔 유동성 공급책이라는 점에서 시장 영향력을 감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객 성격이 다르다

강문성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투자은행의 파산하면 투자자가 손해를 보지만 보험사가 파산하면 보험계약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투자 결정을 내린 투자자의 손실은 일정부분 스스로 감내해야할 부분이지만 보험계약자의 피해는 그야말로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


강 연구위원은 “세대에 걸쳐 보험 계약이 이뤄지는 만큼 보험계약자들을 지키기 위해서 정부가 나선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다.

유정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보험계약자도 광의로 보면 채권자”라며 “AIG의 보험계약자는 전세계에 퍼져있는 상황에서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유 연구원은 같은 투자은행이라도 메릴린치는 매각된 데 대해 “메릴린치는 M&A시장에서 인수할 기업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해주는 사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냈었다”며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부진하지만 BoA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사업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AIG 재매각 될 가능성 높아

유 연구원은 “패니매와 프레디맥은 모기지 업체로서 일정부분 공적인 부분을 담당하고 있지만 보험사인 AIG를 정부가 갖는 것은 어색하다”며 “미 정부가 AIG가 자산매각과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 연구원은 “AIG에 우량자산이 많은데 지금 당장 매각에 나선다면 헐값에 팔 수 밖에 없다”며 “AIG주가가 연초 대비 76%나 떨어졌는데 반 정도만 회복돼도 정부로선 남는 장사”라고 설명했다.

유동성 위기 터져도 다음 지원은 어려울 듯

강문성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UBS나 씨티그룹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해도 고객의 성격이 다르고 미 정부도 재정 적자의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연구위원은 “정부가 계속 도와주다간 이른바 모럴 해저드를 방조하는 꼴”이라며 “금융시장의 자체 복원력도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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