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 투기꾼들, 제대로 들러붙었다"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09.18 08:59

16일 50원 폭등 17일 44원 추락… 투기 성격 강한 은행간 거래 증가

이 기사는 09월17일(17:11)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50원이 폭등했다가 다음날 바로 그만큼 폭락하는 것은 투기꾼들이 제대로 들러붙었다는 증거다"

스스로도 '투기꾼'으로 칭하는 한 외환딜러의 말이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4원 급락한 111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50.9원 폭등 이후 극적인 하락 반전이다.

이틀 사이 움직인 환율만 100원에 가깝다. 이에 대해 외환 전문가들은 투기세력들이 원화 투기에 '제대로' 나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자산회수가 심화되고 있고 경상적자도 지속되면서 원화 약세 추세가 확연해지자 투기세력들이 돈 냄새를 확실히 맡았다는 것. 리먼브러더스와 AIG 사태 등에서 보듯이 외부 충격이 더해지는 경우 원화 투기가 더욱 활개를 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투기 거래가 포함된 은행간 거래는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화 실수급에 기반한 거래인 대고객 거래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투기 성격이 강한 은행간 거래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투기 성격이 아주 강하고 서울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역외 세력들이 최근 환율 급변동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현안보고에서 "NDF(차액결제선물환) 시장이 불안을 전가시키는 창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환율 급변동 요인으로 역외 투기세력들의 주무대인 NDF 시장을 거론한 것.


이에 대해 정부 한 관계자는 "실제로 최근 역외가 크게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면서 환율변동성을 크게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내로 외화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되기 이전까지 원화가 계속해서 역외를 포함한 투기세력들의 먹잇감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외환보유액 감소 그 자체도 투기 세력들의 공략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강 장관은 "외자 이탈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수급상 원화 약세 추세가 어느 정도 이어질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국내 달러 수급의 개선이 요원한 상황에서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과 같은 메가톤급 충격이 해외에서 언제든 재발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원화 변동성이 쉽사리 축소되기 어려운 이유다.

김재홍 신영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신용 경색은 쉽게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제 환율은 변동성에 초점을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NH선물 기획조사부장도 "환율은 오버슈팅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오버슈팅 이후 되돌림 과정에서도 또 오버슈팅의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AIG 사태 등은 결국 지난 몇년 동안 전세계 금융이 즐긴 유동성 파티의 후유증"이라며 " "환율 전망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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