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산은 민영화에 걸림돌 되나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 2008.09.17 17:05
경영파탄으로 파산보호를 신청한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불똥이 민영화를 추진 중인 산업은행으로 튀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이 붕괴되고 있는 상황에서 IB를 모델로 추진되고 있는 민영화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 올해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연내 산은을 지주사로 전환한 뒤 민영화를 추진하려 했던 정부의 계획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여야 리먼 인수 시도 질책= 17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은 리먼이 파산되기 직전까지 산은이 인수를 추진했던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정보력 부재로 자칫 국가를 위기로 몰아넣을 뻔 했다며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포문은 여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이 열었다. 박종근 의원은 "파산이 임박했던 회사를 사겠다고 달려들다니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장은 국제 금융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제2의 IMF를 불러올 뻔 했던 리먼브러더스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인수하겠다고 한 것이냐"고 질책했다.

민주당 강성종 의원은 "산업은행의 리먼 브러더스 인수 시도가 무산된 데 대해 국민들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5일전 인수를 포기했으니 이렇게 끝났지 인수에 들어섰다면 어땠겠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김효석 의원은 "파이낸셜타임스는 산업은행이 리먼 브러더스를 인수하면서 부실 규모 등에 대해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매우 적극적이었다고 보도했다"며 "부실 덩어리를 그렇게 모르고 인수하려 하다니 가관"이라고 꼬집었다.

◇"민영화 원점서 재검토를"= 산은 민영화 방안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랐다. 은행들은 현재 차세대 동력으로 IB를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산은 민영화의 궁극적 지향점도 국제 경쟁력을 갖춘 IB다.


하지만 지난 3월 베어스턴스가 JP모간체이스에 흡수된데 이어 이번에 리먼이 파산절차를 밟고 있다. 메릴린치 역시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됐다. 세계 5대 IB 가운데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만 남게 됐다. 국제 금융질서가 IB를 모델로 삼다 맥없이 붕괴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나라당 이종구 의원은 "투자은행이 세계적으로 모두 도산하고 만신창이가 되고 있는데 산은에 대한 민영화 방법이나 절차는 실패하고 있는 IB를 모델로 하고 있다"며 "산은의 민영화는 즉각 중단돼야 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몰아붙였다.

금융위원회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서도 산은 민영화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분위기다. 실패한 미국식 투자은행을 답습하면 안될 뿐 아니라 규제완화가 절대선이 아니라는 주장이 잇따랐다. 이사철·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은 리먼의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는 민유성 산은 행장의 도덕성을 거론하며 자질론까지 거론했다.

산은은 당초 세계 4위의 IB인 리먼을 인수해 단숨에 국제경쟁력을 갖춘 IB로 도약하려 했다. 수포로 돌아갔지만, 광고효과 등 잃을 게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국회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리먼이 민영화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아닌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IB들은 모기지나 파생상품 등에 집중하는 구조를 갖고 있지만, 산은은 전통적 은행에 IB를 혼용한 도이치뱅크를 모델로 삼고 있다"며 "국회에서 이같은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민영화를 차질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2. 2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3. 3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