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G 창구 이틀째 북적 "그래도 해약"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8.09.17 18:31
"해약해 주세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7일(한국시간) 850억달러의 자금을 AIG에 긴급수혈하기로 결정하면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국내 AIG생명 보험창구는 이날도 보험계약 해지하려는 고객들로 북적였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AIG의 보험해약 건수가 1일 평균 200건의 3배에 달하는 600건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은 FRB의 구제금융 소식이 전해진 17일 아침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업을 시작한지 한시간 밖에 되지 않았는데 20명이 넘는 고객이 창구를 방문한 것.

영업종료 시간이 다다른 오후 4시 30분부터 5시 사이에는 약 15명의 고객이 창구를 찾았다. 보험창구 앞에서 대기순번표를 발급해주는 직원도 "평소보다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창구에서는 계약을 해지하러온 고객과 직원 간 작은 실랑이도 있었다.

한 여성고객이 "200만원을 부었는데 왜 150만원밖에 받지 못하느냐"고 항의를 하자 창구직원은 "중도 해약시 100%를 다 돌려받진 못한다"고 말했다. 고객의 계속된 항의에 이 직원은 "부당하다고 생각하시면 민원청구서를 작성하셔야 한다"고 답했다. 직원과 실랑이를 마치고 돌아서는 이 고객의 표정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던 또다른 고객은 "FRB의 구제금융 소식은 들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게 사실"이라며 "창구직원이 설득을 하더라고 해약하겠다는 결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AIG생명 보험창구


기자가 AIG생명 창구에서 직접 만난 5명의 고객 중 4명이 해약을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창구 직원들은 고객들에게차분하게 상황을 설명하려는 모습이었으나 고객들이 납득하지 않을 경우 보험 유지를 강요하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AIG생명의 관계자는 "고객께서 해지를 원하시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며 "FRB의 지분인수와 자금수혈로 고객들에게 피해가 전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오늘 아침 FRB의 지분 인수 소식으로 해약 건수는 전날보단 줄었지만 여전히 평균보단 많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적립금 조정을 하러 창구를 찾았다는 박민자(48)씨는 "여기 와서야 AIG에 유동성 위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다소 놀란 눈치였다. 박씨는 그러나 "FRB가 나섰다고 하니 큰 피해는 없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좀 지켜봐야 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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