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팬오션, 해운경기 급락에 '주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08.09.18 10:14

BDI 지수 4000대로 급락… 벌크선 시황에 직격탄

최근 해운업계에 돌풍을 일으키던 STX팬오션이 주춤거리고 있다. 해운 경기가 침체로 돌변해 공격경영에서 위기관리 체제로 전환했다.

18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STX팬오션은 올 상반기 해운업계의 화제 중심에 서있었다. 상반기 4조2243억원 매출을 올려 업계 1위 한진해운에 2000억여원 차이로 바싹 따라 붙었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한진해운(2071억원)보다 2300억여원 앞선 4380억원을 기록했다. 건어물을 실어 나르는 벌크선 비중이 가장 높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STX팬오션은 범양상선의 후신으로 과거 한진해운, 현대상선에 이어 만년 3위에 불과했다. 92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범양상선은 2004년 STX그룹에 인수되면서 화려한 변신을 시작했다. 올 상반기 신흥 개발도상국들이 세계 원자재의 블랙홀로 부상하면서 원자재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증가, 벌크선 선주들은 유례가 드문 호황을 누렸다.

올 상반기 대표적인 해운 시황이자 벌크선 시황을 말해주는 발틱운임지수(BDI)가 1만1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0%를 웃돌았다. 국내 최대 벌크선 선사인 STX팬오션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하반기 들어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예상과 달리 베이징 올림픽 효과가 거의 없었던 데다 BDI 지수가 급락을 거듭, 이달 12일에는 4800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반전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혀를 내둘렀다. 연초 BDI 지수 6000포인트를 기준으로 경영 계획을 세웠던 STX팬오션으로서는 계산기를 다시 두드려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BDI 지수가 급락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호주 항만의 적체가 상당량 해소된 데서 가장 큰 원인을 찾는다. 벌크선의 최대 수요처인 철광석의 주요 산지인 호주가 항만 정체 탓에 배가 입항하지 못하고 연근해에서 며칠씩 기다리는 일이 많았다. 선박 사용 시간과 선박 수요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운임이 비쌌다. 그러나 호주가 이 문제를 해결하면서 운임이 하락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등 계속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세계 경기 위축도 해운경기에 영향을 미쳤다.


급등락이 심한 벌크선 시황에 비해 컨테이너선 시황(호우 로빈슨 지수)의 등락은 매우 완만한 편이어서 컨테이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은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고 있다.

황진회 해양수산개발원(KMI) 동향분석실 박사는 "중국 올림픽 특수가 무산되고 중국 정부가 경기과열을 제어하는 것도 해운시황에 부정적"이라며 "호주 항만 적체가 상당부분 해소되는 등 당분간 운임 상승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STX팬오션 측은 BDI 지수 하락이 반드시 실적 악화를 불러오는 건 아니며 향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3분기에도 목표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안다"며 "혹시 모르는 리스크에 대비해 대응 방안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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