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故 안재환씨를 보내면서

윤장봉 디올 메디컬센터 명동점 원장 | 2008.09.17 16:10
고 안재환씨의 자살 문제가 계속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 그 뉴스를 봤을 때 받았던 충격을 생각하면 그럴 법 합니다. 불과 한두 달 전에 TV에서 부인 정선희씨와 함께 밝고 명랑한 모습을 보여주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한데 갑자기 자살이라니요.

그러고 보면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그렇게 쉬운 직업은 아닐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마음과 상관없이 매체에서는 정해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되니까요.

통계를 보면 작년만 해도 하루에 자살하는 사람이 평균 30명에 육박하고 있고,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한다고 합니다. 마치 제가 어린 시절 학교에서 선생님이 ‘외국의 어떤 나라에서는 물을 돈 주고 사먹는다’고 했을 때 ‘설마, 그럴리가’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어느 샌가 자살이라는 것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닌 것이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심각성을 가지고 있는 우리의 사회적 문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사회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고 합니다. 그 하나는 흔히 이야기 하는 ‘자살’로 즉각 목숨을 끊는 전형적인 ‘급진적 자살’이고 다른 하나는 서서히 목숨을 끊어나가는 ‘점진적 자살’입니다.

비록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점진적 자살’은 ‘급진적 자살’보다 훨씬 더 많을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한 문제도 심각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는 주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점진적 자살’은 자기를 의식·무의식적으로 학대함으로써 서서히 죽음으로 다가가는 경우인데, 대다수에서는 드러나던, 드러나지 않던 우울증을 동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예를 든다면 이런 것들 일겁니다.
- 건강에 나쁜 줄 알면서 알코올을 지나치게 마신다(알콜 중독)
- 과도하게 흡연을 하거나 지나치게 인스턴트 식품을 섭취한다

- 운동을 하지 않으며 몸에 나쁜 행동습관을 고치지 않는다
-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방탕한 생활을 반복한다
- 병을 진단받았음에도 약을 제대로 먹지 않는 등 치료적 노력을 게을리 하여 병을 키운다.
- 비만임에도 살을 빼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 자기가 점점 나빠지는 것을 알면서도 심리치료를 거부한다

사실 ‘급진적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상당기간 ‘점진적 자살’을 시도해온 사람들일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제 환자들 중에서도 ‘비만’으로 오래 고통 받아왔고, 이를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심적인 괴로움은 최고도로 달해서 병원을 방문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시곤 합니다.

‘선생님, 전 예뻐지려는 것이 아니고요, 살기 위해서 왔어요’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솔직히 저도 겁이 덜컥 납니다. 과연 이 사람을 내가 어떻게 치료해 나가야 될 것인가, 혹시라도 치료 결과에 실망스럽게 되면 극단적인 행동을 하지는 않을까, 비록 제가 이 분야에서 나름 전문적인 소견을 가지고 소신껏 진료를 해 나간다고 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의 일부분을 짊어지고 간다는 두려움을 벗어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더 보람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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