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금리동결 결단 "일단은 통했다"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09.17 04:55

'금융쓰나미' 불구 예상 밖 결정… 증시 패닉 없어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가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선 가운데 내려진 이같은 결정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행히' 금리 동결 결정 이후에도 미 증시가 '패닉'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연준의 '결단'이 일단 고비를 넘긴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금리동결은 한편으로는 실망스러운 것이지만 반대로 미국의 경제상황이 붕괴 직전은 아니라는 안도감을 줬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까지만해도 연준이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기존 2.0%로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FOMC 직전 연방기금 금리 선물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70% 가까이 반영했다. 메릴린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연준이 0.5% 포인트 인하할수 밖에 없을것이라는 '희망섞인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 월가, FOMC 직전까지 금리 인하 당연시

금융시장의 대혼란은 감안하면 이같은 관측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미 재무부가 양대 국책 모기지 업체인 패니 매와 프레디 맥을 국유화하고 최대 2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뒤에도 신용경색은 오히려 악화돼 왔다.

급기야 지난주말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을 신청하고 메릴린치가 뱅크 오브 아메리카에 매각되는 등 월스트리트 역사상 최악의 '금융쓰나미'가 금융권에 몰아닥쳤다.
15일 장이 열리자마자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미 증시는 다우지수가 하루동안 504.48포인트 폭락, 2001년 9.11테러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리먼 브러더스와 메릴린치에 이어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조차 유동성 위기에 직면, 긴급자금을 수혈받지 못할 경우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태이다. AIG 주가는 15일 60%폭락한데 이어 이날도 자유낙하를 지속, FOMC 결정 직전까지 35% 가까이 떨어진 3달러 선에서 움직였다.

각종 보증과 보험으로 금융권 전역에 걸쳐 복잡한 거래가 얽혀있는 AIG가 붕괴될 경우 이 경우 신용시장은 '경색' 차원을 넘어 공황상태에 빠져들 것이 뻔하다. 주택시장은 더욱 얼어붙고,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미국의 경기 상황은 장기 침체의 길로 접어들수 밖에 없을 것다는 우려가 월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실제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면서 성명을 통해 '인플레이션 전망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고 밝히자, CNBC는 "인플레는 무슨..."이라는 불만에 찬 뉴욕 증권거래소(NYSE) 중개인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증시 '패닉'진정 기미..'좀 더 지켜보자' 결단

경기둔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이미 지난해 하반기 이후 7차례 금리를 인하, 5.25%에서 2%까지 낮춰온 연준으로서는 다시 금리인하를 재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미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에 도달한 상태여서 추가 금리 인하가 금융회사들의 유동성 개선에 도움을 줄수 없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높다.

'금리인하'라는 연준의 최후 무기를 '피의 일요일' 이후 이틀만에 사용했을 경우, 시장을 통제할 수단이 없어진다는 우려는 금리인하에 선뜻 나서기 힘들게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 투자은행의 붕괴와 AIG등 금융회사들의 위기가 어떻게 수습될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실탄만 바닥내고 연준의 '무기력'을 재확인시킬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연준이 FOMC 성명에서 그동안 취해온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조치'들을 다시 한번 언급하고 이같은 조치가 성장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하고 나선 것은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전날 다우지수가 500포인트 이상 급락했던 미증시가 연준의 금리 결정 직전까지 강보합권을 유지, '패닉'이 진정돼 가는 모습을 보인 것도 연준이 만장일치로 동결 결정을 내리는데 용기를 줬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리동결 결정 직후 AIG에 대한 연준의 자금 지원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터져나오면서 뉴욕 증시는 일제 상승 탄력을 받았다.

사실상 AIG에 대한 금융지원 협상을 주도, 상황을 장악하고 있는 연준으로서는 'AIG구제'가 성사될 경우 시장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졌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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