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신약의 '세계중심' 김동욱 교수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08.09.17 09:43

[신약을 만드는 의사들] ②김동욱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교수

↑ 김동욱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교수. 만성골수성백혈병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혈액암 중에서도 고약한 질환으로 알려진 만성골수성백혈병 분야에서 김동욱 가톨릭의대 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의 위치는 남다르다. 이 병과 관련된 세상의 모든 신약은 김 교수로 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국내 의료계의 얘기가 아니다. 만성골수성백혈병 분야에서는 그는 세계의 중심에 있다. 더이상 변방의 의사가 아니다.

김 교수는 지난 2001년 세계 최초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의 국내 임상실험을 주도했다. 스위스 노바티스사의 수퍼글리벡 '타시그나',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사(BMS)의 '스프라이셀', 미국 와이어스사의 '보수티닙'에 대해 아시아 최초로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제약사인 일양약품이 개발중인 백혈병 치료제 ‘IY5511’의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이밖에도 백혈병과 관련한 제 3세대 신약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 만성골수병과 관련한 거의 모든 신약의 임상연구를 했거나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한 명의 연구자가 경쟁회사들의 신약들의 임상실험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김 교수는 “희귀암인 만성골수병백혈병 한 분야만 16년동안 진료해 왔다”며 “담당하는 환자 수도 많고 암의 진행상황에 따라 다양한 부류의 환자군을 확보하고 있어 임상실험 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국내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는 2200명 정도. 김 교수가 진료하는 환자는 3분의 1인 700여명에 달한다. 대부분 수년간 김 교수가 진료해온 환자들이다. 김 교수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지난 2006년 김 교수가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잠시 자리를 옮기자 대다수의 환자들이 그를 따라서 병원을 옮겼다.

희귀병의 경우 다양한 환자군이 있는 의사에게 임상실험이 몰릴 수밖에 없다. 글리벡을 개발한 노바티스는 김 교수가 전 세계 연구소 중 가장 높은 만성골수백혈병 임상연구 환자 등록률을 기록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교수가 신약의 임상실험에 적극적인 이유는 '임상실험이 곧 치료'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난치병은 치료할 방법이 많지 않다. 임상실험을 하면 환자들이 새로운 효능을 지닌 약을 접할 기회를 얻을 수 있는데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늘려주는 것이 바로 임상실험이라는 얘기다.


↑ 김동욱 교수는 여의도성모병원과 강남성모병원을 오가며 연구를 하고 있다.
김교수가 골수백혈병만 진료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부터다. 그는 유전자변이를 일으켜 생명을 앗아가는 만수골수성백혈병이 가장 고약한 병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유전자의 변이를 밝혀내면 다음 암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혈액암 중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환자는 10%에 불과하다. 병원에서는 환자가 많은 병 연구할수록 연구하기도 편하고 의학계에서나 병원에서 인정받을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더 나쁜병, 관심에서 소외된 병을 고치는 것이 그에게는 중요했다.

1998년 글리벡이 나오기 전까지는 만성골수성백혈병의 치료법은 조혈모세포이식(골수이식)이 유일했다. 그는 2001년 한해동안 55명에게 골수이식수술을 할 정도로, 국내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분야의 대가로 인정 받았다. 김 교수는 "골수이식은 유전자가 일치해야해서 수술이 가능한 경우가 많지 않고 비용도 비싸다"며 "더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치료제가 나와 글리벡 임상실험에 나서게됐다"고 말했다.

↑ 김교수가 임상실험중인 일양약품의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IY5511'
김교수는 2006년부터 다양한 임상실험 결과와 연구논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글리벡이 일부 환자들에게 잘 듣지 않는 원인을 밝혀내기도 했다. 김 교수는 만성골수성백혈과 관련된 국제 규모의 학회에서 연구발표를 위해 1년에 10차례 이상 해외 출장에 나선다. 해외에 나가는 그는 국빈급 대접을 받는다. 그가 타는 의전용 차량에는 태극기가 꽂혀 있는 경우가 많다. 만성골수성백혈병 임상실험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백혈병치료제 임상실험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을 만드는 과정"이라며 "난치병을 치료할 신약개발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보람도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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