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문제는 버블붕괴… 디플레 대비"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 2008.09.17 08:45

[인터뷰]'4개월전 위기 예측'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

예상 시나리오는-금융위기는 시작일뿐 실물경제 번질 우려도
리먼 인수 왜 반대-신용경색 여파로 인수후 유동성 불투명
신용경색 해법은-돈돌릴 곳 일본뿐 사무라이본드 발행 고려해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지난 5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세계경제에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당시 기사보기 당시 그는 "미국의 많은 금융기관이 지금까지 나타난 위기보다 더 큰 공포에 직면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는 너무 비관적인 예측으로 비쳐졌으나 불과 4개월 후 현실화됐다.

그는 당시 천정부지로 치솟던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급락 가능성을 짚어냈다. 최근에는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협상에 대해 '유동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메릴린치의 전격 매각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쇼크를 받은 16일 이 사장을 다시 만났다.

―지난 5월 인터뷰 때 큰 위기가 온다고 예상했는데 불행히도(?) 맞았다. 이번 위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나.

▶이번 경제위기를 금융부문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잘못됐다. 금융부문의 문제는 하나의 발현현상에 불과하다. 미국경제의 거대한 버블이 급격히 꺼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근본이다. 과거 일본경제에서 나타난 버블 붕괴가 이번에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집값뿐 아니라 주식 등 기타 자산이 모두 무너지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일본을 제외한 세계경제가 거대한 거품 속에 있었는데 그게 해소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위기의 1파가 온 것이라고 본다. 2파, 3파 등 위기는 계속 밀려올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번 문제가 금융부문만의 문제가 아니고, 실물경제로 번져 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충격이 아시아권 국가들로 퍼질 가능성은.

▶미국시장이 먼저 깨졌기 때문에 아시아국가 중 어디선가도 분명 터질 것이다. 중국도 아주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미국의 실물경제가 망가지면서 중국의 수출도 바로 타격을 볼 수 있다. 다음 타깃은 금융회사가 아니라 실물경제에 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 (그는 비금융 회사가 다음 희생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상 기업군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리먼의 파산보호 신청 등으로 서브프라임발 경제위기가 거의 바닥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절대 바닥이라고 볼 수 없다. 우선 실물경제에서 나타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경우에 따라 시작일 수도 있다.

―최근 산업은행이 리먼 인수를 추진했을 때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리먼 인수에 반대한 것은 인수 후 유동성 문제 때문이었다. 신용경색이 불거지면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일본의 야마이치증권이 이미 보여준 사례다. 리먼의 경우 (당장의) 인수자금보다 신용경색 여파로 인수 후 유동성이 불투명했다. 우리나라는 투자은행(IB)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금융에는 왕도가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나 일본의 금융기관보다 미국 IB가 훨씬 (경영을)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FRB가 결국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신용경색이 문제다. 이미 일본도 겪은 것이다. 신용경색이 나타나면 돈이 있어도 돈을 풀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일시적인 달러강세도 미국의 경제여건이 좋아져 나타난 것이 아니다. 미국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에서, 매우 비관적인 심리에서 시장이 달러 확보 경쟁에 나선 것이다.

신용경색은 아주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 엔화는 강해지고 있다. 전세계에서 신용경색이 나타난다면 돈을 돌릴 수 있는 곳은 일본뿐이다. 일본의 3대 메가뱅크의 경우 경영이 매우 건전해 위기 시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돈을 돌릴 수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용경색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신용경색은 뇌경색같이 무서운 현상이다. 어느 기업이라도 한번 소문이 나면 주가가 먼저 빠지고 아무도 돈을 안 빌려준다. 국내에서도 최근 일부 기업이 힌트를 줬다. 대단히 불안한 상황이므로 통화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이 사장은 정부가 앞으로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경제사를 되짚어보면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 따른 어려움이 더 많았다는 점을 한 이유로 들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미국의 버블 붕괴 과정을 조금 더 늦추는 역할을 했다고 보는 그는 일본의 버블 붕괴 초기 과정과 미국의 대공황 초기에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었음을 주목한다. 디플레이션의 경우 처방할 수 있는 약이 없다는 것이 그의 우려다.)

―원자재 가격도 예상대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과잉유동성 상태에서 미국 금융시장을 떠나 피난처를 찾던 자금이 일부 원자재시장으로 흘러들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그러나 가격이 더 오르지 않고 급락세로 돌아선 것은 이같은 원자재시장에 대한 투자여력이 금융시장 붕괴로 증발했기 때문이다. 돈이 공중으로 사라진 셈이다.

―캠코는 당초 미국 부실채권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그 시기는.
▶미국시장 진출시기는 (최근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같다. 위기의 배경을 잘 봐야 한다.

―메가뱅크가 여전히 필요하다고 보는가.

▶메가뱅크의 필요성은 수차례 말했다. 메가뱅크는 위기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위기에 대비하면서 국제시장에서 파이낸싱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은행을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3. 3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4. 4 "바닥엔 바퀴벌레 수천마리…죽은 개들 쏟아져" 가정집서 무슨 일이
  5. 5 "곽튜브가 친구 물건 훔쳐" 학폭 이유 반전(?)…동창 폭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