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 리먼 투자액 '감내 수준'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 2008.09.16 15:36

당국, 금융사 건전성 긴급 점검..심리적 충격 차단에 주력

국내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리먼브러더스와 메릴린치 관련 자산은 각각 7억 2000만달러씩이다.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될 경우 채권도 승계가 돼 일부 상각이 있어도 국내 금융기관이 심각한 손실을 보지는 않을 것으로 금융계는 판단했다.

◇리먼 투자액 감내 수준=하지만 리먼 관련 자산은 얘기가 다르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지난 6월말 현재 리먼이 발행한 파생상품 등에 7억2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주로 채권 형태로 투자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증권사들이 투자한 금액은 전체의 절반 이상인 3억9000만 달러에 달한다. 주로 리먼이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고, 주식워런트증권의 유동성 공급 물량도 일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독당국이 리먼에 검사단을 파견한 만큼 결과가 나와 봐야 정확한 손실규모가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리먼의 ELS를 판매한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손실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보험사도 리먼에 2억1000만달러, 은행권도 1억2000만달러 가량을 각각 투자했다. 미국 보험사 AIG의 경우 신용등급이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국내에서 영업 중인 AIG가 충분한 자산을 보유해, 보험계약자 보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의 경우 우리·국민·신한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리먼과 메릴린치와 관련된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한 것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국투자공사(KIC)와 하나은행 등 메릴린치에 투자한 국내 금융기관들은 BOA의 주당 인수가격보다 평균 매입단가가 낮아 당장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와 관련 "특정회사가 특별히 큰 규모의 손실을 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개별 금융회사의 보유 분도 확인했으나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심리적 충격 차단 주력=개별 금융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크지 않더라도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외화조달에는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뉴욕 금융시장의 혼란이 지속될 경우 외평채 발행 시기도 쉽게 점칠 수 없게 된다. 민간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외화차입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국내 금융 전반에 미칠, 심리적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얘기다. 금융당국도 이 점을 감안해 패닉 확산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하루 단위로 경제·금융상황 전반을 면밀히 점검하고, 개별 금융회사의 외화유동성 점검을 강화할 계획이다.

감독당국은 리먼브러더스 뱅크하우스 서울지점과 리먼브러더스 인터내셔날증권 서울지점에 대해 영업 일부정지 조치를 취했다. 이들 지점은 오는 12월 15일까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곤 사실상 모든 업무가 중단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울지점의 자산을 보전해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고 이미 체결된 외환거래 및 파생상품 계약 등의 적절한 이행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내 금융시장 혼란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감독당국은 특히 이들 지점에 검사팀을 파견, 자산·부채 실사 및 자금거래 결제 상황 등을 점검하고 통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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