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92달러로… 어디까지 갈까?

머니투데이 이규창 기자 | 2008.09.16 15:03

금융위기·경기침체… 허리케인도 못 당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92달러까지 급락하면서 과연 바닥이 어디인지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1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5.4% 폭락한 95.71달러로 마감했다. 시간외 거래에서는 93달러도 무너져 7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신청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원유소비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다. 허리케인 아이크가 정유시설에 끼친 피해도 예상보다 적었다. 최근 지속된 달러 강세 흐름과 실물(Commodity) 분야에서 투자금이 빠져나간 것도 유가하락을 부추겼다.

무엇보다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경기침체의 그늘이 리먼의 파산신청으로 정점에 이르면서 전세계 증시는 물론 유가를 뒤흔들고 있다. 허리케인 악재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하락한 것이 아니라 허리케인조차 경기침체를 이길 재간이 없었다는 얘기다.

카메론 하노버의 피터 뷰텔 사장은 "경기침체와 수요 감소를 지켜보면서 시장에서는 현재 유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믿고 있다"며 "원유는 더이상 투자의 안전지대가 아니다"고 블룸버그 TV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약세장을 잘 예상하는 투자가 마크 파버는 향후 3~6개월간 유가가 더 하락할 것이라며 "유가하락은 경기침체를 나타내는 징후이며 확실한 것은 이미 본격적인 하강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라고 예상했다.

파산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는 런던에서 에너지, 실물 관련 상품 거래를 중단했다. 실물 관련 파생상품을 거래해왔던 투자금이 이번 금융위기와 유가급락을 계기로 빠져나가면서 유가는 더 깊은 골로 빠지고 있다.

◇달러 흔들리면 유가 다시 상승할 수도

증시엔 도통 약발이 안먹혔지만 유가하락은 인플레이션 완화, 소비심리 회복에 도움을 줄 호재임은 분명하다. 존행콕 파이낸셜 서비스의 오스카 곤잘레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여름 유가급등으로 미국은 올해 세금환급 효과가 사라져버렸다"며 "유가가 80~90달러로 하락해야 수요가 증가하고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유가가 80달러대까지 금세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 경기침체 우려라는 부정적 요인과 더불어 유가하락을 주도해왔던 '달러 강세'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와 금은 인플레이션과 약 달러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가장 인기있는 투자대상으로 각광을 받았고 이들 가격의 급등이 다른 실물·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세계경제의 위협이 되기도 했다. 최근 달러가 반등하면서 유가와 금값이 조정을 받았지만 추세가 역전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최근 달러 강세의 이유가 '안전자산 선호'보다 '금리인상 기대감'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이유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우려해 현지 통화보다 안전한 달러화 자산을 선호한다는 해석이 제기됐지만 실제로는 연방준비위원회(FRB)의 금리인상 효과를 기대한 수요라는 것.

실제로 리먼브러더스의 매각이 무산되기 전까지만 해도 금리인상에 무게가 실려왔다. 리먼의 매각으로 금융위기가 일단락되고 금리인상까지 겹쳐 달러화 가치상승에 투자가 몰렸지만, 예상 밖으로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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